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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an 19. 2019

27개월 아이와 함께 나트랑(베트남) 새해맞이 여행

10장의 사진으로 추린 나트랑(베트남) 여행기

1. 

2018년 연말. 듬성한 휴일을 이어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새해를 외국에서 맞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그 이유는 아래 8.항에서 부연)


더운 나라에서 새해를 맞았다


2.

베트남은 처음이었다. 처음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가면서 하노이(수도)나 호치민시티(옛 사이공)를 가보지 않고 바로 휴양지로 가는 게 어쩐지 어색했다. 마치 한국에 와서 서울을 제끼고 바로 제주도에 가는 느낌이랄까. 하긴 그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다. 어디에서도 그 나라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읽어낼 수만 있다면야.


오토바이 무료 주차 서비스


3.

비행시간은 조금 고민이었다(인천-나트랑 5시간 30분).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4시간’을 넘기는 것은 처음이었다. 새벽/밤 비행기라서 비행시간 대부분을 자면서 보냈다. 만 24개월이 지난 총총이는 이제 소아 운임을 낸다. 덕분에 여행 예산이 조금 커졌지만 자리 하나가 더 생기니 확실히 편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아이 동반 가족 탑승객이 많았고, 여기저기서 울어대는 통에 마음이 편했다. 이건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이코노미에서 혼자 비즈니스처럼 주무신 분


4.

아뿔싸, 우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우리가 머물던 기간 내내 비가 왔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그런데도 별로 춥지가 않았다. 선선한 정도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그냥 만만한 날씨였다. 뙤약볕 아래서 한가롭게 물놀이를 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여행 자체에 큰 지장을 주는 날씨는 아니었다. 언제 어디서든 놀이를 찾고 해맑게 웃는 총총이의 얼굴을 볼 때면 나의 마음에는 늘 해가 뜨는 듯 했다.


이 정도 비쯤이야


5.

주변의 호평을 듣고 예약한 리조트였는데, 룸 컨디션에 문제가 있었다. 결국 방을 두 번이나 바꿨다. 짐을 옮기는 게 귀찮아서 어지간하면 그냥 참고 지내려고 했는데 그러기가 힘든 정도였다. 하물며 방을 바꾸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구구절절 다 쓰면 이것도 한 바닥의 글이 될 정도인데, 그냥 마음에 묻기로 했다. 지나고 나니 이것도 다 재밌는 에피소드로 남았다.


낮잠시간은 꼭 챙겼다


6.

리조트 내 레스토랑 또는 (비가 많이 올 때는) 룸 서비스를 불러 식사를 했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총총이도 잘 먹었다. 어쩌다 이렇게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게 된 걸까. 중간 중간 배고파 할 때는 한국에서 챙겨간 간식도 주었다. 즉석조리밥 같은 것도 요긴하게 사용했다. 그래도 내 인상에 강하게 남은 것은 시내 구경을 갔을 때 잠이 든 총총이를 품에 안고 아내와 나눠먹었던 반미의 맛이다.


커피는 달고 진했다


7.

잠깐씩 비가 그친 틈을 타 물놀이를 하기는 했다. 나는 비가 와도 아랑곳 않고 자주 물에 뛰어들었다.


비가 그친 새를 틈타 물놀이


8. 

예정에 없던 ‘연말파티’에 참석했다. 리조트에서 준비한 Gala Night이었다. 팜플렛을 봤을 때는 조금 특색 있는 저녁 타임 운영이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웬걸, 매우 성대한 행사였다. 우리야 원래 리조트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니 자연스럽게 참석을 한 것이었는데, 만약 외부로 나가는 일정을 잡았다면 크게 후회를 할 뻔 했다. 식사도 식사지만 라이브 공연, 마술 공연, 럭키 드로우 같은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 모든 게 다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여기서 일종의 문화 차이 같은 것을 느꼈다. 나의 연말은 조용한 가운데 티브이로 시상식을 보면서 차분히 신년 계획 따위를 세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 이 나라 사람들에게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이런 느낌이구나. 그리고 이 시기에 굳이 여행을 온 사람들은 이런 파티를 염두에 두고 있었겠구나.’ 다음날 아침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새벽 3시까지 파티가 이어졌다고 한다.


아이들은 풍선만 있으면 그저 신나는 모양이다


9.

리조트에서 준비한 연말행사도 좋았지만, 이번 여행의 백미는 ‘체크아웃 투어’였다. 체크아웃 투어란? 통상 숙소 체크아웃을 정오 전에 하게 되니, 그때부터 밤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알차게 시내 구경과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현지 가이드 투어의 일종이다. 마지막날 일정을 고민하던 아내가 인터넷으로 찾아서 예약했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숙소로 우리를 데리러 온 가이드는 한국어를 정말 잘 하는 베트남 사람이었다. 그가 몰고 온 차는 KIA의 SUV. 카오디오로 흘러 나오는 노래는 한국 노래. 글러브 박스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써 있었다. 일정은 알차다 못해 매우 빡빡할 정도였다. 한국 관광객에게 특화된 상품 같았다.


투어 도중 시내 마트에서


10.

무사히 잘 다녀왔지만, 모든 준비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떤 여행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여행은 난관을 만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러니 난관을 만나고 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때마다 어떻게 반응하고, 또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웃음을 잃지 않고, 배려하고, 양보하고, 그러면 다 괜찮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야말로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온종일 총총이를 돌보면서 부쩍 성장한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기쁨은 이번 여행에서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도전하는 모습이 멋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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