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여’유가 주는 ‘행’복. 언제 어디든 가족과 함께라면.
가을마저 지나갔다 싶은 이때, 문득 올해 봄에 후쿠오카-유후인 다녀온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무릇 여행기는 감상보다는 정보 위주여야…’라는 생각에 갇혀 지금껏 쓰지 않고 미루고 있었는데, 그러느니 뭐라도 기록을 남겨놓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때는 바야흐로 2018년 5월. 약 1년 간의 육아휴직을 마친 아내가 복직하고 몇 개월이 흐른 시점. 여러 공휴일이 포진하고 있어 시간을 내기가 좋았다. 복직한지 얼마되지 않아 눈치가 보인다는 아내가 모처럼 휴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문득, 이때가 아니면 한동안은 움직이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갈지는 이미 마음 속에 정해두고 있었다. 후쿠오카(福岡). “유후인에 온천을 하며 쉴 수 있는 곳이 많다”는 나의 설명에 아내도 쉽게 동의했다. 경험상 19개월 된 총총이와 함께 갈 수 있는 여행지는 ‘비행시간 4시간 이내’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많지 넓지 않기도 했다.
항공권은 어찌저찌 구했다. 분명 비싸게 구했다. 가는 날 저녁, 오는 날 아침에 뜨는 비행기로 오며가며 각 하루씩을 그대로 버리는 스케쥴. 그나마도 몇 자리 남지 않은 것을 간신히 잡았다. (떠날 수 있다는 것만도 어디에요. 감지덕지였습니다.)
문제는 숙소. ‘어디서든 자면 된다’는 나와 달리 아내는 ‘이왕 힘들 게 가는 거 숙소만큼은 좋은 곳에서’라는 기준을 갖고 있었다. 동의했다.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은 머물 곳의 컨디션이 중요하기는 하다. 자칫 일정이 꼬여 하루종일 숙소에만 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을 저희가 작년 오키나와에서 했습니다.)
접근 가능한 거의 모든 OTA에 들어가서 검색을 해보았으나 성에 차는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높은 별점(rating)에 예약 가능한 방이 있으면 적당히 고르고 끝내면 쉬웠을텐데,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말이 나온 김에 아내가 숙소 고르는 방법을 아래에 자세히 써보겠다.
우선, 아내는 별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 (왜?) 별점을 남긴 사람들의 수가 중요하다고 했다. 많은 평가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아야 진짜 좋은 것이라나. (아하!) 이게 1차 기준이었다. 이 기준을 통과하면, 2차 기준은 리뷰. 해당 숙소에 대해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는 거의 다 훑어본다. 여행의 감상에 젖어 무조건 호평을 한 듯한 리뷰는 거르고, 딱 봐도 정확하게 평가한 듯한 리뷰만 꼼꼼히 읽어본다. 그런 다음, 블로그 후기까지 검색해서 읽어본다. 블로그 후기가 광고성이면 읽지 않고 넘기고, 후기가 아예 없는 경우 역시 신뢰하지 않았다.
더 대단한 것은 이 지난한 작업을 야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다음 나와 함께 했다는 것이다. 하루만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고, 결국 숙소가 구해질 때까지 며칠을 이렇게 했다. 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 싶기도 했다. 아내는 이게 의외로 스트레스 해소가 된다고 했다. (그러시다면야 저로서는 따를 뿐입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고른 숙소는 역시 만족스러웠다. (아내님,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이렇게 모두 세 곳의 숙소를 예약했다. 먼저, 도착한 날 후쿠오카 공항에서 유후인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하루 묵을 만한 도시인 아사쿠라(朝倉市)에 있는 숙소 한 곳(여기도 온천이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으로, 이번 여행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유후인(由布院)에 있는 료칸 한 곳, 그리고 떠나기 전날 공항에서 멀지 않은 후쿠오카시 도심에서 머물 호텔 한 곳.
평소 총총이와 함께 나들이를 자주 하기도 하고, 해외로도 두 번(오키나와, 괌) 다녀온 경험이 있어 준비물 챙기기는 어렵지 않았다. 분유를 먹지 않으니 짐이 확 줄어서 한결 수월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내가 잊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① 해열제(액상약, 좌약), ② 여행자보험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두 개는 반드시 챙겨야 한다.
가는 날 저녁, 오는 날 아침에 뜨는 비행기라 손해보는 스케쥴인 것 같았지만, 막상 겪고 보니 꽤 편안한 일정이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의 성패는 전적으로 아이의 컨디션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항공 스케쥴은 아이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선택이다. 가는 날 느긋하게 준비해서 공항에 갈 수 있고, 오는 날에도 집에 돌아와 푹 쉬며 다음 날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첫 날, 인천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일은 아주 순조로웠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유아를 동반한 탑승객에게 탑승 수속 시에도 우선적으로 처리를 해주고, 공항에서는 전용출국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항공기 탑승 시에도 우선 탑승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의 조치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 항공사와 공항에서 마련한 혜택과 다른 탑승객들의 배려에 늘 감사하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아쉽지만 다음 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