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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Mar 03. 2019

다시 쓰는 수면교육 성공기 — 선택 아닌 필수

통잠의 기적? 기다리지 말고 직접 만드세요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저와 같은 아이의 아빠 또는 엄마가 되면서, 제가 특별히 다르거나 뛰어난 점이 없음에도, 단지 먼저 그 일을 경험했다는 이유 만으로,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 빈도가 높아지면 저는 그걸 글로 씁니다. 한 예로,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에는 새벽에 깬 아이를 달래느라 잠이 부족한 친구들의 고충 상담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썼던 수면교육 성공기(아래 링크)를 조금 다듬어 브런치에 다시 발행합니다. 생후 100일 전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통잠의 기적’이 오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는 부모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안녕하세요. 총총아빠 입니다.

생후 100일이 되어갈 때쯤 소위 ‘100일의 기적’이라고 하는 것이 저희를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아내도 저도 총총이를 만난 이후 단 하루도 편히 잔 날이 없었거든요. 내심 간절했습니다.

어느덧 100일이 지나 생후 9개월에 가까워졌습니다만, 총총이는 여전히 새벽에 두세 번을 깼습니다. 총총이가 깰 때마다 주로 아내 또는 가끔 제가 같이 깨서 분유를 먹였지요.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같이 불침번을 서는 듯한 괴로움. 아내와 저는 날로 지치고 예민해져 갔습니다.

오죽하면 제발 통잠을 자주면 좋겠다는 글까지 썼을까요. 돌이켜보면, 이때 글을 쓰고 있을 것이 아니라 바로 수면 교육을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잘 자겠거니 하고 마냥 기다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는 무작정 굶겨라!”라는 책임감 없는 참견만큼이나,
“가만히 혼자 놔두면 저절로 혼자 잘 잔다.”는 조언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우리는 ‘우는 채로 그냥 방치하라’는 식의 방법을 추천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아이의 요구에 끌려다니면서 ‘언젠간 좋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럴 이유도 없고, 솔직히 그럴 여유도 없다.
—『잠들면 천사』, 119쪽


주변 육아 선배들께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밤수(밤중 수유, 밤에 아이가 깼을 때 모유/분유를 먹이기)를 중단해야 한다, 밤에 깨서 울어도 달래지 말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 등등 정말로 그렇게 해도 될까 싶은 경험담만 들을 수 있었을 뿐, 아, 그렇구나 하고 무릎을 칠만한, 납득이 가는 방법을 얻어내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고 해도 부모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섣부르게 시도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요. 더 정확히 말하면, 확신을 가질 정도의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세월만 보내고 있었던 것이지요. 아내의 희생에 의존한 채로요.


그러던 중에 『엄마랑 아기랑 밤마다 푹 자는 수면습관』, 『잠들면 천사』와 같은 수면교육 책을 접했습니다. (이 두 책은 직접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수면 교육은 더는 미룰 일이 아니며 바로 지금이 수면 교육을 시작할 적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당시 저희 부부는 “이 상황을 꼭 바꿔야겠어.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할 정도로 힘들었거든요.


취침 플랜은 신중하고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계속 하다가는 정말이지 죽을 것 같아. 이 상황을 꼭 바꿔야겠어.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이런 확신이 섰을 때 플랜을 실행하라.
아이가 배우는 동안 부모나 양육자의 태도는 진지하고 비장해야 한다.
또 실행하는 시기도 적절해야 한다.
—『잠들면 천사』, 151쪽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총총이 수면 교육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이제 9개월이 된 총총이는 저녁 9시에 잠들어서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자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잠깐 찡찡대는 것 같지만 아내와 제가 일어나서 돌봐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혼자서 다시 잠듭니다. 덕분에 아내와 저는 잃어버렸던 저녁시간을 되찾았습니다. 총총이 역시 예전보다 더 잘 먹고 더 잘 놉니다. 이 변화가 단 며칠만에 일어났습니다. 신기합니다.



수면 교육 하기 전, 총총이의 수면 습관은 이랬습니다


매일 저녁 8시 정도가 되면, ①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고 ② 자장가를 들려주고 ③ 분유를 타서 먹이면서 재우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면 최소 밤 10시 전에는 잠이 들었습니다. 이 방법은 단기적으로나마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금방 잠들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총총이가 활발히 기어다닐 수 있게 된 생후 8개월부터는 위 방법이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총총이가 가만히 누워서 분유를 먹으려 하지 않았거든요. 분유를 먹다 말고 자꾸 방 밖으로 기어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먹이기를 포기하고 총총이를 품에 안고 집 안 곳곳을 걸어다니며 재우기를 시도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그렇게 잠이 들어도 3~4시간 이후에는 반드시 깼고, 그 다음에도 한 두 번은 더 깼습니다. 그때마다 분유를 타서 젖병을 물렸습니다. 잘 먹지 않을 때가 많아서 남은 분유는 거의 다 버렸습니다. 그렇게 해도 다시 잠들지 않을 때는 총총이를 안고 도닥이며 다시 집 안 곳곳을 걸었습니다.


책에서 읽은 것인데,

생후 6개월이 지난 (건강한) 아기는
밤에 모유든 분유든 물이든 추가로 먹지 않아도
아침까지 잘 수 있다고 합니다.
네? 정말요?
정말입니다.

그러면 밤에 자다가 깨서 우는 건 왜 그런거죠?
배고파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네? 정말요?
정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는데,
수면교육을 시작하고 하루 만에 확인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안 먹고도 아침까지 잘 수 있었구나.
배고파서 그랬던 거 아니구나.
아빠가 잘 몰랐구나.



총총이에게 한 수면 교육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면 교육’이라고 해서 특별히 대단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① 수면 패턴(수면 의식, 리츄얼ritual)을 만들되 그 안에 모유/분유를 먹이는 것은 포함시키지 말고(재우기 30분 전에 마지막 수유 끝내기)

② 매일 같은 시간에 재우되 부모나 젖병 기타 다른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잠들 수 있도록 잠들기 전에 방에서 빠져나오기

③ 재우다가 울거나 밤에 깨서 울어도 바로 달래러 가지 말고 ‘기다리기 시간표’를 지키기 그리고 이때도 잠들기 전에 방에서 빠져나오기

※ 자세한 내용은 관련 전문서적을 직접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총총이의 경우, 재우기 위해서 먹였던 마지막 수유를 목욕 직후로 옮겼습니다.


분유를 먹는 것과 자는 것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 입니다. 그리고 잘 먹지 않더라도 억지로 먹이지 않고 책을 읽어주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배가 불러야 깊이 잠들 것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버렸습니다. 먹이면서 재우는 건 아이한테도 별로 좋지 않다고 합니다. 구강/치아 건강에도 안 좋고, 밤새 소화기관이 쉬지 못해서 숙면을 이루지 못한다고요.

그리고 수면 패턴(수면 의식)을 매우 간소하게 바꾸었습니다.


거실에서 책을 읽어주고 장난감 놀이를 열심히 하다가 밤 9시가 가까워지면 슬슬 분위기를 잡습니다. 직접 손으로 스위치를 눌러 불을 끄도록 하는 세레모니도 합니다. 그리고 침실로 가서 아기침대에 누이면서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그리고는 이불을 덮어주면서 혼자 잘 잘 수 있지, 하면서 등을 도닥여줍니다. 오래 머물지 않고 1~2분 정도만 있다가 안녕, 잘 자, 하고 바로 나옵니다. 잠을 잘 것 같지 않아보여도 바로 나옵니다. 울고 짜증내도 단호하게 밖으로 나옵니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서는 다시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시간을 정해두고 기다립니다. 처음 달래러 갈 때는 3분, 그 다음에는 5분, 그 다음에는 7분(그 뒤로도 계속 7분, 그 다음 날부터는 각 +2분씩)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을 늘려가는 식입니다. 그리고 밤에 자다깨더라도 분유를 먹이거나 다른 것에 의존하도록 하지 않고 위 방식과 동일하게 가볍게 달래기만 합니다.



총총이 수면 교육은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수면 의식 첫째 날.


실은 예전과 같이 목욕 후에 분유를 먹이고 그대로 재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총총이가 안 자고 버티다가 직전에 먹었던 분유를 토하고 울고 짜증 내고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당장 수면 교육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아내를 침실에서 나가도록 했습니다.

혼자 침실에서 몰래 총총이를 지켜보며 총총이가 잠드는 것을 기다렸습니다. 한 10분 정도가 지나자 놀랍게도 총총이는 여기저기 기어 다니고 잡고 일어서고 하는 과정을 마치고 다시 자기 침대로 가서 눕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몰래 침실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날부터 며칠간 아내와 저는 거실에서 잤습니다.

새벽 3시가 되자 총총이는 여지없이 깼습니다. 그러나 분유 또는 보리차를 먹이지 않고 그대로 달래기만 했습니다. 그랬더니 30분 정도가 지나서 다시 잠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벽 6시. 총총이는 또 깼습니다. 이때는 다시 잠들 때까지 20분이 걸렸습니다. 그다음은 아침 8시였고, 이때는 아예 일어났습니다. (이 과정을 관찰하고 나서, 잠에서 깨는 것과 일어나는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날이 2~3일 반복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의미한 반복은 아니었고 점차 생활의 패턴이 잡혀가는 것이 눈에 보였습니다: ①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졌습니다. ② 새벽에 깨는 횟수도 줄어들었습니다. ③ 낮에 먹는 이유식의 양이 늘었습니다. ④ 낮잠도 하루 두 번 일정한 시간에 자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수면 의식이 안착하였다는 판단이 들어서 저와 아내도 다시 거실에서 침실로 들어가서 같이 잤습니다. 저희가 침실에 같이 있건 말건 총총이는 알아서 잘 잡니다. 저녁 9시경에 큰 소란 없이 평온히 잠드는 총총이 덕분에 그 이후 시간을 편안한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끔 새벽에 잠이 깬 듯 소리를 내기는 하지만 대응을 하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다시 잠듭니다.

드디어 저와 아내도 마음 편히 잠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보다 좋아진 수면 퀄리티 덕분에 아내와 저의 컨디션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예측가능성이 생겨서 좋습니다. 언제 무엇이 필요할지 미리 알고 있으니 큰 걱정이 없습니다. 불시에 대응하지 않아도 되니 일과를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습니다. 이유식 먹이는 시간과 낮잠 재우는 시간만 잘 지켜주면 됩니다.



수면 교육, 더는 미루지 마세요


수면 교육을 시작한지 이제 2주째. 이제는 잘 시간이 가까워지면 졸려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그러면 살포시 총총이를 안아서 침실로 간 다음 아기침대에 뉘여줍니다. 뒤척이는가 싶더니 이내 잠이 듭니다. 재우기 위하여 별 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말씀은 드릴 것이 없습니다. 수면 교육은 반드시 하시기 바랍니다.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길입니다. 잘 자고 일어난 덕분에 잘 먹고 잘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모든 일의 기본 방침은 ‘아기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아기는 스스로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부모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 원칙은 그야말로 모든 육아의 황금률과도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잠드는 것은 아기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여러 일 중 하나이자 첫 시작이기도 하다.
— 『잠들면 천사』, 80쪽


아기는 스스로 할 수 있고, 부모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수면 교육이 아기의 능력을 믿는 첫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잠이 부족해 힘들어 하고 있는 모든 부모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총총아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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