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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Mar 20. 2019

꼭 1년 전에 썼던 어린이집 적응기를 다시 읽어보았다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빠로서 얼마나 성장했을까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 기능을 자주 사용한다. 작년, 재작년 그리고 그 이전의 오늘에 당시 내가 남긴 기록을 한 페이지에 훑어볼 수 있다. 이 기능이 생기고, 나는 ‘기록’이 가진 힘을 실감하게 되었다. 짧게라도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이 생겼다.


1년 전 오늘. 총총이는 어린이집 만 1세반 적응 과정에 있었다. 아내는 육아휴직 후 복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어차피 어린이집 등·하원을 맡을 예정이었던 내가 이 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회사 및 부서에서 많은 양해를 해주셨다.





며칠 뒤면 생후 18개월이 되는 총총이.


어린이집 적응은 순조롭다. 이제 낮잠까지 자고 하원한다. 하원하는 길에 마트에 들러 총총이 오후 간식거리를 샀다.


많이 컸다. 그만큼 떼쓰는 일도 잦고, 강도도 세졌다. 하고 싶은 바, 하기 싫은 바가 명확하다.


물론 아직 아기라서 전환이 빠르다. 울다가도 웃고, 짜증내다가도 웃고...


그런데 만 31세 아빠인 나는 전환이 잘 안 된다. 엄하게 말하다가 어떻게 갑자기 웃지? (미친 사람처럼...)


그러니까 애초에 엄하게 하지 않고 즐겁게 재밌게 놀아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또 말처럼 쉽지 않다.


어디까지 허용해도 괜찮은 걸까? 더럽고 위험한 것만 아니면 다 허용해도 되는 걸까? 


이제 말귀도 다 알아먹는 총총이는 슬슬 아빠랑 밀당을 하면서 기싸움을 걸어오는데, 못 이기는 척 그냥 져주면 되는 것일까?


심사가 뒤틀리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뒤로 뻗쳐대는 통에 나는 결국 오늘도 참지 못하고 큰소리를 몇 번 냈고, 직후에 몰려드는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에 오랫동안 괴로웠다.


아이를 돌보면서 ‘어른’이라는 장막으로 잠시 감추어두었던 나의 못난 모습을 자꾸 확인하게 된다.




1년 사이, 총총이는 모든 면에서 성장했다. 자기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래서 자주 아빠랑 충돌한다. 총총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느껴진다. 그러나 그걸 모두 수용할 수 없는 나의 상황까지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1년의 과정이 있었기에 현재가 있다. 저 글을 쓴 때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나 스스로 더 성숙한 아빠가 되었다고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어쨌거나 그런 1년을 보냈다. 실수했고, 후회했고, 사과했고, 반성했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했다.


이 노력은 내가 아빠인 이상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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