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빠 박세희 Jan 09. 2020

그 지옥에 혼자 두지마, 영화 ⟨툴리⟩(2018)

괜찮다는 말에 속지말자. 절대 괜찮을 수가 없다.

영화 ⟨툴리⟩(Tully, 2018) 봤다


아이를 가질 예정에 있거나 아이를 기르고 있는 부모라면 꼭 보면 좋겠다. 나도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 아내가 꼭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넷플릭스에서 봤다. 샤를리즈 테론의 현실 엄마 연기가 아내, 누나, 어머니를 연속적으로 떠올리게 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그 지루함이 정말 축복일까. 그 지루함이 곧 안정감일까. 어쩌면 두려움은 아닐까. 불면의 밤을 보내던 아내가 "오빠 나 지금 시험기간 같아. 깊이 잠수했는데 아직 물에서 못 나온 느낌이야."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표현되어서 놀랐다.


잠시 잠깐 짬이 나면 혼자 서재에 앉아 책을 읽으려 했던 스스로도 반성한다. 아내에게는 그 모습이 침대에 누워 헤드셋을 끼고 비디오게임을 즐기던 영화 속 남편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영화를 통해 본 그 모습은 정말이지 한심했다. (으이구!)



출산,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다. 이 명제에 깊이 동의하는 나도 결과적으로 아내에게 좀 더 많은 짐이 지워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영화를 보며 내가 내심 그걸 편하게 생각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엔 살짝 꼬집히는 느낌이었는데, 끝에서는 쇠망치로 후두부를 얻어 맞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한 번, 출산과 육아는 부부 공동의 책임이다. 모유를 만들 수 없다면 분유를 타고, 아이가 엄마만 찾는다면 엄마를 찾지 않는 다른 집안일을 하면 된다. 얼마나 잘 하고, 얼마나 많이 하고, 그 문제가 아니다. ‘함께’ 한다는 게 중요하다. 지옥과도 같은 저 깊은 바다 속에 혼자 있게 하지 말자.


괜찮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괜찮다고 한다. 진실을 말하자면, 당연히 안 괜찮다. 괜찮을 수가 없다. 알겠어? 괜찮을 수가 없다고. 아마 아내가 내게 이 영화를 권하면서 하고 싶었을 말을, 나 자신에게 직접 해본다. 이 진실을 더는 외면하지 말자.


* 제목과 본문에 쓴 ‘지옥’이라는 단어 때문에 노파심에 사족을 덧붙이자면, 영화는 무척 재밌다. 햇볕 쨍쨍하게 마냥 밝은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 영화의 제목이나 포스터가 그런 재미있는 느낌을 포함하여 영화의 매력을 다 담아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