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잉태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
2년 전,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다둥이 아빠가 되었습니다.
주위에서 아이 둘의 아빠가 된 소감을 물어옵니다. 분만실에 들어가서 둘째 아이를 처음 품에 안은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때 지구의 중력이 조금 세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
“아이 둘은 기본.” — 이런 사회통념이 지배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와 아내도 두 자녀 중 하나입니다. 각각 누나와 동생이 있습니다. 제 주변에도 아이 둘인 가정이 많았고요.
그러나, 지금은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도 있고, “아이 없어 부부끼리도 충분히 행복하다.”(일명 딩크족)도 있습니다. 출산과 육아도 당대의 사회 분위기,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둘째 아이를 갖자는 마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요. 이건 정말 사람마다 다를 거 같습니다.
첫째 아이를 가질 때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사실 첫째도 ‘필요’에 의해서 가진 건 아니었습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아무래도 어색하게 들리지요.
아이가 없을 때도 아내와 저는 둘이서 충분히 행복하고 완전한 느낌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이미 세상에 태어난 저의 아이들이 이 글을 읽으면 조금 속상할 얘기일 수도 있지만요.
저와 아내는 언젠가 아이를 갖게 되겠지만, 그게 대체 언제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딱 언제라고 정해져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양가 부모님들도 재촉하시지 않았어요. 아내와 저도 급할 게 전혀 없었고요. 둘 다 막 대학원을 마치고 사회에 나와 첫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결혼을 했기에 일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으니까요.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결혼 3개월 만에 첫째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맞대고 계산을 해보아도 아이를 가질 최적의 시점을 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정한다고 딱 생기는 것도 아닐 것 같았고요.
그래서 더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에 맞춰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기로 했습니다. 아이를 우리의 삶에 초대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용감했죠.
첫째를 가질 때는 호기심 비슷한 감정도 있었습니다. 나와 아내의 유전자가 적절히 섞인 새 생명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성격을 가지게 될까. 둘 중 어느 쪽을 더 닮았을까. 이건 첫째가 잉태되고 매일 매일 궁금했습니다.
둘째는? 첫째를 보고 난 뒤라 아마 첫째와 비슷하겠지 싶으면서도 첫째 아이와는 어디가 어떻게 다를까, 궁금했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키우는 게 어떤 것인지는 첫째 아이를 기르며 경험했기 때문에 대충 예상은 되더라고요.
저희 부부는 첫째 아이를 낳고, 첫째 아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나머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이 세상에 하나 더 있으면 얼마나 이쁠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보통 첫째 아이를 낳고 키우고 그 고생이 잊혀질 때쯤 둘째를 가지게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저희 부부도 비슷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둘이 되면 또 얼마나 힘들까, 와 같은 걱정은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가족이 되어 이 세상을 살아가겠다는 마음. 아이가 우리에게 온 뒤로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순순히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다는 마음. 그 마음이 굳건하다면 충분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둘째 아이가 지지난달에 첫돌을 맞았고 지금은 혼자 한 발 두 발 걸으며 걸음마를 맹렬히 익히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와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이쁜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둘이면 두 배로 힘들다고 하던데 사실이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저는 꼭 이렇게 대답합니다: “맞아. 두 배로 힘들어. 그런데 기쁨은 네 배, 다섯 배야. 그래서 행복해.”
언제 아이를 가지면 좋을지를 부족한 머리로 열심히 계산하던 때가 잠시 떠올라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현명한 분들은 분명 답을 찾으실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