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총총아빠 chchpapa Jun 16. 2020

내가 나를 배반할 때 생기는 일

나는 지금 상자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저는 요즘 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 개정판 제목은 ⟪상자 밖에 있는 사람⟫(위즈덤아카데미, 2010)이고, 원제는 ⟪리더십과 자기 기만: 상자 밖으로 나오기⟫ 입니다. 원제가 가장 정확한 제목 같습니다.


최근 저를 만난 분들은 이 책에 관하여 여러 번 반복해서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채널을 통해서 함께 읽자고 추천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이 제게 미친 영향은 참으로 깊습니다. 이 영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상자 밖에 있는 사람


자기 기만


이 책의 주제는 자기 기만(self-deception) 입니다. 기만(deception)은 속인다는 뜻입니다. 자기 기만은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위를 뜻합니다.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이 같네요. 재밌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자기 기만의 뜻을 찾아봤습니다. 스스로를 속이는 행위라고 쓰고 있습니다. 자신의 신조나 양심에 벗어나는 일을 무의식 중에 행하거나 의식하면서도 강행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책에서는 자기 기만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제 막 기는 걸 배우고 있는 아기가 뒤로 몸을 밀면서 돌아다니다가 가구 밑으로 들어가게 됐다. 아기는 몸부림을 치고 빠져 나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라고 생각되는 동작 -- 즉, 뒤로 밀기 -- 를 더 열심히 한다. 이 동작은 문제를 악화시키고 아기는 더더욱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
자기기만은 이와 같다. 자기 기만은 문제의 진정한 원인에 눈이 멀도록 만들며, 자기 기만으로 일단 눈이 멀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해결책'은 상황을 실제로 악화시킬 따름이다. 자기 기만이 리더십에 극히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리더십이야말로 상황을 개선시키는 능력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우리가 스스로를 기만하는 그 정도만큼 항상 손상되는 것이다. (13~14쪽)


자기 기만은 왜 문제인가


자기 기만이 내가 나를 속이는 일이라 했습니다. 그저 내가 나를 속일 뿐인데, 그게 어떻게 리더십을 손상시킨다는 것일까요. 책에서는 자기 기만이 조직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만, 결정적으로 조직의 성과와 생산성 향상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상대방과 상황을 탓하며 환경에 희생자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할 수 없는 것에 점점 초점을 맞추며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닌 장애물에만 주목하게 되면서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42쪽)

 

자기 기만과 생산성을 연결시키는 게 조금은 억지스럽다고 느껴집니다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이해가 갑니다.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참 중요하니까요. 리더십의 가장 큰 고민은 ‘동기 부여’ 입니다. 그 방법은? 칭찬? 보상? 자율? 이 책의 해답은 진정한 소통입니다. 그러려면 자기 기만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합니다.


상자의 비유


나는 지금 상자 안에 있는가 혹은 밖에 있는가


자기 기만은 ‘상자 안에 있는 것’으로 비유됩니다('상자의 비유'). 이 책의 제목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상자 안에 있을 때, 우리는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지 못합니다. 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체계적으로 왜곡된 방식으로 봅니다. 타인은 단지 대상일 뿐입니다(77쪽). 


마치 칸트의 말처럼,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말 같습니다. 안심하세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렇게 계몽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현상을 잘 설명합니다. 즉, 상자 안에 있을 때 우리는 타인을 나와 같은 욕구, 필요를 가진 사람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 착하게 살라는 얘기구나?" 아니요.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만약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제 설명 방식이 아직 부족한 것입니다. 저에게 이 책이 매우 설득력 있게 읽힌 이유가 있습니다. 이 책은 말하자면 일종의 대화록(dialektik) 입니다. 마치 플라톤의 저작과 비슷한 스타일로 쓰여져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 만큼 중요한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가


가상의 회사 '재그럼'의 임원 코칭


이 책의 주인공은 가상의 인물 '톰' 입니다. 톰은 가상의 회사 '재그럼'의 새 임원입니다. 어느 날 톰은 재그럼의 부사장 '버드'의 호출을 받습니다. 버드와 1:1 미팅을 하는 과정이 이 책의 전부입니다. 톰은 '상자의 비유'를 처음 접하는 독자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독자가 하고 싶은 질문을 대신 던지는 인물입니다.


톰이 처음 버드로부터 '상자의 비유'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는 "아, 부드럽게 커뮤니케이션 하라는 얘기구나?"로 받아들입니다. '상자의 비유'를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대인관계 기술(people skill)의 하나로 이해한 것입니다. 버드는 톰에게 "우리가 상자 안에 있는지 혹은 상자 밖에 있는지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라고 설명합니다.


바로, '자기 배반'의 문제 입니다.



자기 배반의 문제


'버드'는 자기 배반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라 설명합니다(118쪽). 어떤 상황에 직면했을 때,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 회피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러면서 재미있는, 그러나 갓난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상황을 제시합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나'에게는 생후 4개월 된 갓난아기가 있습니다. 새벽 1시 정도에 아기가 잠에서 깨어 웁니다. '나'는 잠에서 깼고 얼른 일어나 아기를 돌봐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행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누워서 아기가 우는 것을 가만히 듣고만 있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전혀 낯설지 않은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런 예시를 가져왔지 싶을 정도로 있을 법한 상황입니다. '버드'는 위 상황을 '자기 배반'의 예시로 듭니다. 제가 이 글의 제목으로 쓴 "내가 나를 배반할 때 생기는 일"이라는 표현도 이 대목을 읽으면서 떠올린 것입니다.


'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느낌을 배반하고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때 '나'는 '아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때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었는가? 이 부분이 더 중요합니다.


나는 나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내가 나를 배반할 때 생기는 일


이 부분을 읽으며 받은 충격이 제가 이 글을 쓴 이유가 되었습니다. 단지 내가 나를 배반하는 선택을 하였을 뿐인데, 그 순간 내가 아내를 바라보는 시각과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좁혀집니다. 


새벽 1시. 생후 4개월 된 갓난아기가 저렇게 울고 있는데 당장 일어나지 않는 아내가 원망스럽습니다. 아기가 울어도 잠을 자느라 일어나지 않는 아내를 게으른 사람이라 비난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혹시 아내도 지금 잠에서 깼는데 내가 움직이도록 일부러 잠든 척 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내는 아마 나를 속이고 있을 것입니다.


반면,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나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입니다. 하루종일 밖에서 일을 하고요. 내가 없으면 가정이 지켜지지 않습니다. 나는 그만큼 중요한 사람입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서 육아에도 참여하기까지 합니다. 좋은 아빠죠. 동시에 좋은 남편입니다. 이런 남편을 둔 아내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감사할 줄 모릅니다. 역시 아내는 형편 없는 사람입니다.


자, 어떻습니까? 설마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죠. 그렇죠. 조금 지나치죠.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배반하는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고를 시작합니다. 재밌죠. 세상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내가 단지 나 자신을 배반하는 선택을 하였을 뿐인데, 아내는 갑자기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되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네, 이렇게 우리는 현실을 왜곡해서 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지금 상자 안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그렇죠. 이게 궁금할 겁니다. 물론 책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하면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하여 꽤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우리가 상자 안에 있을 때 이뤄지는 일 하나를 더 짚고 갑니다. 바로, 우리가 상자 안에 있음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도 상자 안에 들어가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반대가 아닙니까? 다른 사람이 상자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도 자동적으로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게 아닐까요? 물론 그 설명도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누가 누구 때문에 상자에 들어가게 되었느냐가 아닙니다. 누구든 상자 안에 들어가면, 대응적으로 다른 사람도 상자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서로를 향한 비난은 점점 더 강해집니다. 책에서는 이걸 '공모'(collusion)라고 부릅니다.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나요? 슬프게도 내가 상자 안에 있으면, 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지를 않습니다. 내가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메타(meta) 사고를 하고 있다면, 그 사고 과정을 통해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입니다. 그러나, 경험상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상자 안에 있다는 인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일단 상자 안에 들어가면 어느 누구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 뿐만 아니라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사실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심지어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의 동기에 대해서조차 똑바로 보기에는 눈이 멀어있기 때문입니다. (160쪽)


이제 상자 밖으로 나갑시다


무언가 이상하다면, '나'부터 돌아보자


어떻게 하면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요. 책에서는 아주 묘한 이야기를 합니다: "톰. 당신은 이미 그 방법을 알고 있어요." 설명인즉, 스스로 상자 안에 있는지를 의심하고 있다면, 그게 곧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음,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위에서 쓴 바와 같이, 내가 상자 안에 있다면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합니다. '상자의 비유'를 알더라도 상대방이 상자 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문제가 있는 상대방에게 이제 그만 상자 밖으로 나오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이게 바로 내가 상자 밖으로 나오기 전엔 무언가를 바꾸려는 노력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상자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동시에 그게 곧 상자 밖으로 나오는 방법입니다. 뭔가 순환 논리 같습니다. '자기 배반'의 순간을 인식하고, 스스로가 느끼는 의무의 감정을 배반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게 출발점입니다. 그런 노력이 나를 상자 밖으로 나오게 하고, 상자 밖에 머무를 수 있게 합니다.


상대방에게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냐 없냐는 중요한 이슈가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나의 관점 자체를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금은 그게 더 중요합니다. 서로를 상자 안으로 밀어넣는 '공모' 관계를 끝낼 방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많은 경우에 존재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상대방에 대한 저항을 멈추고 상자 밖으로 나가려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사람은 다른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새로운 문입니다. 진정한 '나'라는 존재는 내 안에서 홀로 있거나 스스로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만들어집니다. 인생의 가장 큰 도전은 상자 밖에서의 '관계'인 것입니다. (245쪽)


마지막으로, 이제 '상자'는 잊으세요


이 책을 처음 읽고, '나'부터 잘하자는 이야기를 아주 구구절절 길게도 썼구만..., 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같습니다. 다만, 상자 안에 있는 사람은 '나'부터 잘하자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잘 하고 있잖아. 또는, 나는 '나'부터 생각하려고 노력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잖아. 라고 현실을 왜곡하거나 방어적이 되거나 타인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사고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서는 이 책의 내용을 학습하지 않은 사람에게 '상자', '자기 기만', '자기 배반', '공모'와 같은 용어를 섣불리 설명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합니다. 그보다는 그 원리를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상자 밖으로 나올 것을 요구하지 말고, 자신이 때때로 상자 안에 있음을 인정하고, 상자 밖에 있게 될 때에는 계속 그렇게 상자 밖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매우 사려깊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말과 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건 어렵습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상자 안에 있다면, 그리고 상대방이 상자 안에 있다면, 상대방에게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하는 건 그냥 또 다른 형태의 비난 혹은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그걸 알아주건 알아주지 않건 '나'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제... '상자'는 잊으세요. 그냥 '상자 밖'에 머무르세요. 항상 깨어있으세요.




저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습니다. 다 읽고 소장을 하고 싶어서 따로 구입을 했습니다. 혹시 이 책을 구입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눌러서 구입하시면 됩니다(쿠팡). 아래 링크를 통해 책을 구입하시는 경우, 쿠팡 측에서 저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내와 함께 부부의 세계를 봤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