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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박세희 Sep 18. 2020

살 빼면 정말 좋다는 걸
동네방네 알리고 싶어 쓰는 글

아빠님들 우리는 건강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총총아빠 입니다.


제가 살을 뺐습니다. 정확한 체중을 알려드리긴 쑥스럽습니다. 감량 전 체중에서 4~5% 정도 빠졌습니다.


체중이란 게 원래 들쭉날쭉 하죠. 저도 많이 먹을 때와 적게 먹었을 때의 차이가 2~3kg 정도였거든요.


그럼 어떻게 살이 빠졌다, 체중이 줄었다는 걸 확신하느냐? 지금은 배불리 먹어도 감량 전 체중에서 4~5% 정도가 빠진 상태가 됩니다.


(코스피 차트 아님 주의)


육아일기 쓰는 브런치에서 왜 갑자기 다이어트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그건 바로 체중 감량과 행복한 육아 사이에 엄청난 상관관계가 있음을 제가 몸소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설거지 하러 가야 합니다. 시간은 부족하지만 며칠을 쓰려고 벼른 글이니 오늘 꼭 마무리를 하려 합니다.


이 글에서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살 빼니까 정말 좋습니다.

2. 이런 방법으로 살을 뺐습니다.

3. 그 밖에 하고 싶은 이야기 몽땅




1. 살 빼니까 정말 좋습니다.


그냥 좋다고 하고 끝내면, 살 빼면 좋은 거 누가 모르냐는 반응이 예상되니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좋은지 적어보겠습니다.


우선 살을 빼기 전에 제가 생각했던, 살을 빼면 좋을 것 같은 점은 이랬습니다:

1. 몸매가 좋아진다.

2. 건강해진다.


그런데 살을 빼기 전에 제가 스스로의 몸매를 안 좋다고 생각했느냐? 그건 아니었습니다. (뻔뻔함)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했느냐? 그것 역시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자기 객관화가 어려운 동물입니다.


그렇다면, 살을 뺀 지금은 예상했던 효과가 있었는가. 즉, 몸매가 좋아지고 건강해졌는가?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랬을 거라 짐작할 뿐입니다.


요점은 이겁니다. 살을 어지간히 빼는 정도로는 (눈에 띄게) 몸매가 좋아지거나 (몰라 보게) 건강해지거나 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과 병행해야 닿을 수 있는 목표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기대를 갖고 다이어트를 시작하지 마세요. 어차피 안 됩니다.


혹시 지금 식단 조절에 운동까지 하실 마음의 여유, 물리적 시간, 필요한 지식, 적절한 동기부여가 있는 상태인가요? 그럼 운동도 같이 하세요. 하지만 누가 저에게 식단 조절(다이어트)와 운동, 둘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그리고 둘 중 하나만 추천하라고 한다면 저는 무조건 식단 조절(다이어트) 입니다.


왜요? 대체 무엇이 좋길래?


느낌이 좋습니다. feel so good.


어떤 느낌?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 가뿐한 느낌. 이 느낌이 참 좋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살 빼기 전의 느낌과 대조해보겠습니다.


감량 전의 저는 계속 앉아 있고만 싶었습니다. 밥을 먹고는 자고 싶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눕고 싶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렇다고 생각했죠. 운동이 부족한 상태라고도 생각했고요. 그런데 생각만 했습니다. 계속 생각만.


지금의 저는 밥을 먹고 바로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시작하고 부엌을 정리합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도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합니다. 자기 전에 가볍게 홈트레이닝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개운합니다. 실제로 무게가 줄었으니 몸을 움직이는 데 더 적은 에너지를 쓰는 것 같습니다.무엇을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행에 큰 에너지가 들지도 않습니다.


머리가 맑아졌어요. 몸에 피가 잘 돌아서 머리까지 갑니다.


살을 뺀 지금의 제가 살 빼기 전의 느낌을 되살려보면, 기름을 꽉 채워서 무겁고 느리고 엔진 효율마저 나빠진 자동차 같았습니다. 지금은 딱 적당한 양을 주유해서 최적의 퍼포먼스를 내는 자동차 같습니다.


이 모든 걸 통틀어 '느낌'이라고 썼습니다. 이 느낌이 참 오랜만이라 반갑고 신납니다.


feel so good.


더 신기한 건 이 모든 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느껴집니다. 생의 순간이 더 예민하게 감각됩니다. 배가 빵빵하게 불렀을 땐 온 신경이 '위장'에 가 있었죠. 섭취한 음식을 '소화'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고요. 그래서 다른 걸 느낄 여력이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슬프네요. 먹기 위해 살았던 거 같고요.


살 빼니까 좋습니다. 결국 살을 빼서, 살 빼고 나니 좋구나 하는 걸 알게 되어 좋습니다. 제 몸이 저에게 하는 이야기가 예전보다 잘 들려서 좋고, 몸이 가벼워지니 주위를 더 챙길 수 있게 되어 좋고, 제가 더 많이 움직이는 덕분에 한결 행복해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니 좋습니다.


아, 한 가지 더. 며칠 전에 여름 옷을 정리하려고 옷장을 열었습니다. 옷장을 연 김에 거국적인 옷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안 맞는 옷, 안 입을 옷을 골라내고 싹 내다버릴 목적이었습니다. 체중이 늘면서 안 맞게 된 옷들이 있었어요. 그냥 버리려다가 한 번 입어나보자 하고 입어보는데, 놀랍게도 잘 맞습니다. '와, 이건 예상 못했는데...' 조금 울컥 했습니다. 마치 제가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거든요.




2. 저는 이렇게 살을 뺐습니다.


'방법'이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 '방법'을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방법'에 관한 좋은 자료는 넘치게 많습니다. 중요한 건 '실행'이겠죠. 저는 제가 실제로 한 것 위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적게 먹었어요. 가끔 단식도 했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유명하니 다들 아시겠죠. 적게 먹기 위해 필요한 건 딱 하나 입니다. 평소에 내가 지나치게 많이 먹고 있었다, 과식하고 있었다라는 인식입니다. 그 인식,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이 먹을 때는 그게 기본값(default)라서 '내가 아주 많이 먹고 있다'는 인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엄청 많이 먹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체중을 유지했으니 용하다고 할지 장하다고 할지 아니면 미련하다고 할지 아무튼 과식이 습관이었습니다. 과식의 끝은 포만감입니다. 포만감을 만족감이라 생각했죠. 포만감은 '야 너 더 먹다간 진짜 배 터진다'와 같은 경고인데요.


살이 빠지고 나서 들은 이야기인데, 직장 동료가 저에게 알려주더라고요. 예전에 제가 일하면서 간식 먹는 걸 봤는데 자주, 많이 먹고 있었다고요. (으악.) 늦게라도 그 얘길 해준 동료가 참 고마웠죠. 그리고 내심 놀랐죠. 사실 저는 그때 간식을 절제하고 있었거든요. 약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아주 조금' 맛만 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야 너 배터진다 진짜...'

 

처음 단식을 할 때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습니다. 무기력하고 짜증도 나고요. 참았습니다. 먼저 다이어트를 했던 선배 다이어터 아내가 '오빠 머리가 핑 돌거야. 무기력하고 짜증도 날 거야. 근데 괜찮아. 조금만 참아봐.'하고 알려줬기에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도 말씀드릴게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고, 무기력하고, 짜증도 날 거에요.
근데 괜찮습니다. 두 끼 거른다고 안 죽어요.
그러니까 조금만 참아보세요.


탄수화물은 점심 때 현미밥을 반 공기 안 되게 먹은 것 빼곤 모두 끊었습니다. 당류도 모두 끊었고요. 대신 단백질을 많이 먹었습니다. 샐러드 채소를 많이 먹었고, 변비가 오지 않게 유산균도 챙겨먹었습니다. 과일(도 당이 많아서) 먹지 않는 대신 비타민제를 챙겨먹었습니다.


운동은 - 하면 좋다지만 - 안 했습니다. 식단과 운동,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하면서 둘 다 해낼 자신이 없었어요. 둘 중 하나라도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이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식단을 성공하고 자연스럽게 운동까지 시작하게 되었으니까요.


딱 4주를 했고 체중의 4~5%를 감량하는 효과를 봤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다이어트 시작하고 5주차가 끝나가는 중입니다. 4주 간의 프로그램은 이미 종료했지만 지금의 제 상태가 참 만족스러워서 계속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 죽을 지경이 된다는데, 저는 그렇게 고통스러운 순간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옥주현씨가 했다고 알려진 "어차피 다 아는 맛"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는 그 말이 자기 최면용인 줄 알았습니다. 무언가를 너무 먹고 싶은 상황에서 '아니야. 어차피 다 아는 맛이야.'하고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 같은 거라 생각했던 거죠.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다 아는 맛"은 일종의 체념이자 달관의 경지입니다. 자신의 현재 상태가 무척 좋고 만족스러워서 음식의 유혹이 있어도 그게 유혹으로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었던 것입니다.


다이어트를 끝내고 제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이겁니다: "탄수화물 끊었다고요? OOO 안 먹고 싶었어요?"


그때 저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할 수 있었어요: "음, 어차피 다 아는 맛이잖아요." (으쓱)





3.  밖에 하고 싶은 이야기 몽땅


트위터나 페이스북에는 이미 쓴 적이 있습니다만,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계기, 4주 프로그램을 무사히 완주한 결과 그리고 이후에도 다이어트를 이어가는 동력, 이 모든 게 아내로부터 왔습니다.


위에서도 썼지만, 저는 살을 뺄 생각이 정말 1도 없었어요. 살을 절대 빼고 싶지 않다, 그런 건 아니었죠. 살을 빼면 좋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현대인의 '상식' 같은 거니까요. 그런데 무조건 반드시 꼭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약간의 과체중이긴 했지만 비만까지는 아니었으니까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살 빼기 전의 상태도 괜찮다고 자평할 정도로 뻔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4주 프로그램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는 겁니다. 단식도 병행하면서요. 4주가 지나고 아내는 확실한 감량 효과를 봤습니다. 4주 동안 식단을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아내가 대단해보였습니다. (지금의 저는 4주 동안 식단을 유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살이 쏙 빠진 아내를 보고 자극을 세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 같아요. 사실 아내는 저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었고 '오빠 살을 빼는 게 좋을 것 같아' 하고 몇 번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위에서도 썼지만, 내 모습이 뭐 어때서, 하고 생각했던 저는 귓등으로 들었던 거죠. (뻔뻔하고 무심한 사람)


한 번 시작했는데 중도에 포기하려니 체면이 구겨지겠더군요. 식단 준비를 도와주며 저의 다이어트를 응원하는 아내를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고요. 제가 보기엔 별 차이가 없지만, "아니야. 오빠. 지금 엄청 홀쭉해지고 있어. 벌써 효과가 보이는 거 같은데?"하고 자주 칭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고맙습니다.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죠.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와 같이 일상에서 많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하고 조심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하나 더. 아내를 통해 배운 게 있습니다. 좋은 게 있으면 (좋으니까 어서 하라고 말하는 대신) 직접 하면 됩니다. 직접 해서 몸소 결과를 보이면 됩니다. 그 결과를 본 사람은 알아서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말로 누군가를 움직이고, 말로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건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반면, 나의 행동으로 나 자신을 바꾸는 건 조금 덜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게 바뀐 제 모습을 보고 다른 누군가가 변화를 시작할 가능성도 아주 없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입니다.




마지막으로, 체중 감량과 행복한 육아 사이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면서 마치겠습니다:


(1) 살이 빠지면 몸이 가벼워져서 몸으로 하는 활동(집안일, 육아 등)을 더 쉽게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2) 살이 빠지면 감각이 좀 더 예민해져서 아이들과 놀이할 때 감도 높은 반응을 할 수 있습니다.

(3) 식단 조절과 자기 관리를 통해 가까운 이들(가족, 친구 등)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쓴 아침운동 예찬론을 읽고 자신도 아침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이 글 역시 읽는 분들께 행동과 실천으로 이어질 동기를 드릴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총총아빠 드림




https://brunch.co.kr/@chchpapa/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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