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케이션이란 말이 있다. 워크(work, 일)와 베케이션(vacation, 휴가)을 섞은 말이다.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나로서는 삐딱한 생각부터 든다. '워크면 워크고 베케이션이면 베케이션이지 그 둘을 섞어서 어쩌자는 것일까. 취지는 일도 하고 휴가도 즐기라는 것이겠지만, 실상은 일도 휴가도 제대로 못 하는 게 아닐까.'
내 생각이 틀렸다고, 워케이션을 하니 일의 능률이 오르고 생산성이 향상되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할 분들도 계시겠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조사결과를 믿지 않는다. 일의 능률과 생산성이라는 게 워케이션과 같은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개선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워케이션, 리모트 워크, 재택 근무, 자율 출퇴근제 등.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변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변수를 다 통제하면서 고성과를 낼 수 있다면, 관리 능력이 굉장히 우수한 사람이다. 장기적으론 에이전시나 프리랜서로 전업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대학 시절, 5월만 되면 허파에 바람 든 사람 마냥 엉덩이를 들썩이던 우리에게 한 교수님이 그러셨다. 5월의 대학 축제란 무릇 학업에 전념한 이들이 잠깐의 시름을 달래고 숨통을 틔우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그대들은 매일을 축제처럼 부어라 마셔라 살고 있으면서 어째서 5월 축제까지 즐기려고 하는가.
휴가는 일하는 사람에겐 축제 기간과도 같은 것인데, 축제의 한 가운데 랩탑을 펴고 일을 하려면 그게 제대로 될까. 일에게도 내 뇌에게도 너무나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인지 부조화가 올 것 같다. 지금 놀라는 거야, 일하라는 거야. 내게 워케이션은 지금 여기를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은 아닌 걸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