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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총총파파 Sep 02. 2023

완벽한 여자

완벽한 여자를 주제로 글을 쓰기로 한다. 그 주제가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은 뒤로 하고 완벽한 여자란 대체 어떤 여자인지 생각해본다. ‘완벽함’에 초점을 두어야 할지 아니면 ‘여자’라는 것에 주목해야 할지. 그러다 네이버 사전을 연다. 완벽의 정의를 찾아본다. 완벽이란 흠 없는 옥과 같은 것이라고 써 있다. 그 짧은 서술을 읽고 이렇게 생각한다. 세상에 흠 없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 세상에 완벽한 여자는 없다. 그런데 이 여자는 실로 완벽한 여자이다. 밖에서부터 살펴보자. 이 여자의 옆을 스쳐 지나친 사람은 걸음을 멈추고 이 여자를 돌아본다. 최고로 아름다운 인물이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나 할까. 생김새도 알찼지만 그로부터 은은한 조화로움이 느껴졌다. 찡그림 없이 맑은 표정 때문이었다.


렌즈를 두 발짝 뒤로 물러나면 보이는 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아니, 명확한 기준도 없이 이게 무슨 애매한 설명일까 싶지만 누가 보아도 지표면에서부터 적절하게 올라와 있는 높이. 너무 깡마르지도 너무 늘어지지도 않은 살의 집합. 좌우전후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자세. 보기에 어색하지 않은 걸음걸이. 성가신 구석이 없는 행동거지. 눈의 머무름. 눈빛. 입술. 입꼬리. 고갯짓.


이렇게 완벽한 보이는 이에게 남 모를 아픔과 남에게 말 못할 고민이 있다면 이제 이 완벽한 여자는 비밀스런 매력까지 갖추게 된다. 그를 보며 시샘하는 이들. 유치한 질투를 넘어 저 완벽에 흠이 없다면 내가 굳이 흠집을 내야겠다고 덤벼드는 사람들. 하지만 그런 같잖은 수작 따위에 흐물거리지 않는 성정과 기개. 불 같진 않지만 밍숭하지 않고, 물 같다고 하기엔 분명한 질량감이 있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의 직업은 무엇이어야 할까. 무엇을 해서 밥을 먹고 사는 것일까.


직업 자체보다는 직업을 대하는 태도가 남달라야 할 것이다. 일에 끌려가기 보다는 고삐를 쥐어 주도하고, 일에 잡아먹히기 보다는 노련한 백정이 각을 뜨듯이 본질과 비본질을 미끈하게 발라내고, 반드시 성과를 내지만 그에 집착하지 아니하는 초탈의 여유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이 사람에겐 대체 무슨 사건을 충돌시켜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완벽한 여자를 휘말리게 할 수 있는 사건이란 대체 무엇이어야 할까. 그 완벽함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 일어나려면 별안간 운석이 지구를 향해 날아와야 할까. 기후 재난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지경에 이르러야 할까. 전쟁, 질병 수준의 위기 상황이 닥쳐야만 할까. 사소하게는 열병 같은 사랑 정도로 어떨까. 하지만 애초에 사랑 때문에 흔들릴 완벽함이라면 설득력이 떨어지지 않은가.


아, 그래서 운명 같은 사랑을 등장시키는 것이로구나. 그리고 그 사랑의 견고함을 증명하기 위해 출생의 비밀과 신분의 격차와 가문의 원한과 온갖 방해꾼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사랑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로구나. 그러나 아쉽게도 이 완벽한 여자는 이미 결혼을 하여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둘이나 낳아 기르고 있다. 운명적 사랑을 만났는가 하면 그건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시험하려면 가정 전체를 뒤흔들어 놓아야 할 것인데, 그 이야기는 이미 메디슨 카운티에서 하지 않았는가.


실은 운명적 사랑 같은 허황된 이데올로기에 미혹되지 않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이 여자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이루어진 인연을 소중히 여기되, 그에 대한 헛된 기대 따위는 접어두고, 현실의 문제들을 아주 현실적으로만 다루는 사람인 것이다. 그 모습이 상대로 하여금 완벽하다는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실제로 누구도 그러하지 않은데, 그에 관해 설명하자면 그저 완벽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 사람. 이 완벽한 여자에 관하여 쓰려는 나의 계획은 아주 완벽하게 실패했다. 이 여자를 완벽하게 만드는 건 다름 아닌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때문이니까. 내가 이 시선을 거두지 않고 유지하는 한 이 여자는 철저히 완벽한 여자로, 인간으로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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