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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un 19. 2018

월요일 등원은 아이에게도 힘든 일

그 와중에 축구까지 0:1로 지다니…

월요일 아침부터 대박 지각 위기를 맞았다. 아내는 밀린 일을 처리하러 새벽 일찍 사무실에 가 있었고, 집에 총총이와 단둘이 있던 나는 알람 소리를 듣지 못한 채로 출근 준비를 마쳐야 할 시각에 임박해서까지 콜콜 잤다. 나보다 먼저 일어난 총총이가 누워있던 내 발을 간지르며 “아빠 발~ 아빠 발~” 하는 소리를 듣고 살풋 잠에서 깼다가 등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 벌떡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 아, 다행이다. 아주 늦지는 않았다.


총총이를 거실에서 놀게 한 다음에 나 먼저 씻고 옷 입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시간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총총이 아침은 생략하고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한다.  (아, 미안하다.) 총총이는 배가 고픈지 어린이집 안 가, 안  가, 하면서 짜증을 낸다. 총총아 너도 아빠처럼 ‘월요병’ 있니? 급히 까까 몇 개를 손에 쥐어주니 조금 순순해졌다. 부랴부랴  차를 몰아 어린이집 도착. 선생님께 총총이가 아침을 못 먹었으니 아침 간식 잘 챙겨 먹여달라고 부탁드렸다.


월요일 아침 싫다, 싫어...


어린이집 가는 차 안에서, 총총아 내일 친구들 생일잔치 있다며? 축하 많이 해줘, 했더니 총총이가 축하의 박수를 치며 “초, 후~, 초, 후~” 했다.


완전히 멎은 줄 알았던 콧물이 다시 누렇게 나오기 시작해서 소아과에 다녀왔다. 진찰 받고 나면 간호사 선생님이 딸기맛 젤리를 주고 총총이도 이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은 없다. 약국에 가면 장난감 모양으로 된 과자류에 관심을 갖는다. 거기에 있는 건 총총이 것이 아니라 약사 선생님 것이라고 몇 번 설명을 해줬더니 만져보기만 하고 사달라고 떼를 쓰지는 않는다. 그걸 ‘구매’하면 총총이이 것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하면 좋으려나.


이 소아과에 있는 유일한 공룡책, «공룡섬 대모험»(마세 나오카타)을 같이 보면서 기다렸는데, 주말에 엄마랑 지내면서 익힌 공룡 이름을 몇 개 더 얘기해서 깜짝 놀랐다. 어쭈? “브라끼오”, “쁘떼라돈”까지 한다. 집에 가서 봤더니 “안낄로”도 하더라. ‘스피노사우루스’를 가리키며 “슷삐노” 할 때 진짜 귀엽다. 아직 정확한 발음이 잘 안 되는데 들리는대로 소리를 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 (여담인데, 이 책 재밌다. 나름 반전에 반전이 있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도 있고.)



어린이집 하원하면서 다른 반 형아가 유모차 타고 가는 것을 보았다. 자기도 유모차를 타고 싶은지 가리키면서  “윰오차, 윰오차” 한다. 그냥도 아니고 약간의 훌쩍거림과 함께. 나는 멋있게 차 트렁크를 열어 그 안에 접혀있는 유모차를 보여주었다. 자, 봤지? 소아과 다녀와서 꼭 태워줄게, 하고 약속을 했다. 소아과 찍고 집에 도착할 때면 그 약속을 까먹겠거니 했는데, 집에 도착해서도 차 트렁크를 가리키며 “윰오차, 윰오차” 한다. 너 유모차 정말 정말 타고 싶었구나. 어쩔 수 없이 지하주차장에서부터 집까지 총총이를 유모차에 태워서 올라왔다.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와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데, 그건 맞는 얘기 같다. 그래도 은근슬쩍 어물쩡 넘어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은 나는야 꾀돌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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