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그리고 친구들
(1) 총총이네반 다섯 선생님 가운데, 총총이가 가장 좋아하는 분은 역시 담임인 MJ 선생님. 이름도 가장 빨리 외웠다. 선생님의 관심을 독차지 하고 싶었던 총총이가 갑자기 놀이감 위에 드러눕거나 다른 친구들의 놀이를 훼방놓거나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와 아내 못지 않게 총총이를 세심하게 돌봐주셔서 항상 감사하다. 전화나 학부모 면담 등의 기회에 육아 관련 조언을 주시기도 한다.
(2) 총총이가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선생님은 어쩐지 원장 선생님. “온쟌 손샌님~” 하고 따라다닌다. 원장실 방문도 재밌어 한다. 공식 행사 때나 등하원 때 몇 번 뵈었을 뿐이지만 정말 좋은 사람/전문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을 맞이하거나 대하는 톤이 항상 일정하게 밝고 높은데, 그것도 볼 때마다 신기하다. 근래 존경심을 품게 된 어른 중 한 분.
(1) JY. 아내와 이니셜이 같고 이름도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총총이가 이름을 빨리 외웠다. 초기 적응기간 때 총총이와 둘이 손 잡고 식당 쪽으로 가는 모습을 연출해서 큰 웃음을 줬다. (사진) 최근 총총이가 꽃다발을 주겠다며 꺼냈던 이름도 바로 이 친구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오늘 등원할 때, 이 친구가 총총이를 발견하고 와서 안아줬는데, 총총이는 귀찮은지 두 팔로 이 친구를 밀쳐냈다. 오늘 보니 총총이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크다. 친구가 아니고 누나라고 불러야 어울릴 듯...
(2) TH. 총총이가 제일 많이 꺼내는 이름. 알고 봤더니 총총이와 함께 가장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친구라고 한다. (눙물...) 등원할 때도 종종 마주 치고 하원 이후 소아과에서도 종종 마주친다. 밤톨 같이 귀엽게 생겼는데 등원할 때마다 엄마와 헤어지기 싫다고 열심히 운다. (울디마...) 하지만, 나의 마음은 울고 있는 이 친구보다는 진땀을 빼고 있는 그 엄마에게 이입됨... 힘드시겠다... 힘내세요...
(3) JW. 총총이보다 4개월 정도 빠른데 초기 적응기간 때 이 친구가 말하는 것을 보고 정말 화들짝 놀랐다. 어휘가 풍부한 수준을 넘어 톤이 차분하게 안정되어 있었다. 총총이도 밖에서 (주로 소아과에서) “남자 아이 치고는 말이 빠르네요”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 친구에 비할 건 아니다. 총총이랑은 별로 안 친한 것 같긴 하지만, 그때 내가 너무 놀라서...
그리고 몇 가지 더...,
요즘은 나와 아내가 하는 말을 거의 비슷하게 따라하고, 처음 듣는 어휘가 있으면 그 말이 이 말이 맞는지 확인하는 듯 되묻기까지 한다. 언젠가부터 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 폭발의 속도와 파급이 갈수록 커진다고나 할까. 눈에 보이고 손에 집히는 모든 사물의 이름을 묻던 “이고 모야?” 시기를 거쳐 “OO, 어디 갔어? OO, 찾아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즐겨하는 표현은 “이거 엄청 크다~”와 “이거랑 이거 똑같다~” 또는 “비슷하다~”인데, 사실 그 기준은 잘 모르겠고 총총이 본인이 사물에 대하여 무어라무어라 말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하다.
전에 비하면 떼가 많이 늘었지만 괜찮다, 내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푸하하) 이제는 총총이가 어떤 떼를 써도 초연하게 대처하게 되었다. 총총이가 꽥, 빽, 소리를 질러도 자동차 사이드 미러가 접히듯 귀를 닫는다. 실제로 귀를 막는 건 아니다. 단지 머릿속에 나의 두 귀가 납작하게 접히는 이미지를 떠올릴 뿐이다. 그러면 내가 보고 있는 화면의 볼륨이 줄어든 것처럼 더는 총총이의 소리가 시끄럽지 않게 느껴진다. 물론, 이러다 또 언제 딥빡 모멘트가 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허세를 떨고 싶다. 괜찮다, 다 괜찮다... 아빠는 다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