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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Aug 21. 2018

너를 데리러 가는 길, 너를 모시고 집으로 오는 길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쉰 탓에 아내는 새벽같이 출근해야 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의 빈자리를 확인한 총총이는 출근 준비에 한참인 나에게 다가와 애잔한 목소리로 “엄마…(는 어디가고 아빠만 있어?)” 했다.


‘……?’ 잠시 짠하거나 그럴 새도 없이 총총이를 들쳐업고 “엄마 회사 갔다.” 한마디 해줬다. 월요일 아침에 늑장을 부릴 여유 따윈 없었다. 부리나케 어린이집으로 가서 등원시키고 나도 급히 출근해서 폭풍과도 같은 하루를 보냈다.


퇴근하고 총총이 데리러 가는 길에 후두둑 소낙비가 내렸다. 예상치 못한 비 때문이었을까. 별생각 않고 바쁘게만 다니던 그 길 위에서, 지금 어린이집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총총이 모습, 상황이 그려졌다.


이따금씩 선생님 품에 안겨 창밖의 ‘빠방’들을 지켜본다고 했다.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일까. 총총이가 반가운 얼굴로 나에게 달려와 안기는 그 찰나, 잠시 잠깐 기쁨의 포옹을 만끽할 새도 없이 ‘다음은 뭐지?’를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사실은 급하다 급해를 외치며 사무실에서 어린이집으로 차를 몰고 가는 그 길에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처럼 설렘이 묻어있었던 것이다. 세상 어디에,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나를 보자마자 나의 가슴팍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들 이가 있겠는가.


그래서, 고맙고 황송했다. 너를 데리러 가는 길, 너를 모시고 집으로 오는 길, 짜증 없이 불평 않고 웃기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래놓고 집에 와서는 씻기면서 또 투닥투닥…. 재우면서 화해를 시도했으나, “아빠, 침대 올라가서 자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간 페이스북 계정에 올려왔던 총총이 사진들을 아내와 나만 볼 수 있도록 설정을 바꾸었다. 원래도 ‘친구공개’였다. 그래도 내내 찜찜했었는데 이제 마음이 편하다. 앞으로는 가급적 총총이의 뒤 또는 옆모습이 담긴 사진 한 두 장만을 곁들일 생각이다. 일종의 ‘짤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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