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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ul 31. 2024

‘적당히’가 비난 받는 사회

과로는 사회적 재앙 입니다

저에게는 과로사를 한 친구가 있습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됩니다. 과로가 직접 원인이 되어 급사를 한 친구도 있었고, 과로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어 자살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을 하다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농담이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사람 죽는 얘기로 글을 시작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일을 죽을 정도로 많이 하면 정말로 사람이 죽습니다. 왜 죽기 직전에 멈추지 못할까. 많이 생각해봤어요. 다양한 원인이 있어요. 제 경험상 과로를 하는 사람은 이미 일에 대한 기준이 높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래서 과로를 하면서도 그게 과로라고 자각을 못해요.


이건 우리 몸과 정신 탓도 있습니다. 과로가 연속 되면 그냥 그게 정상이라고 인식을 해버리는 것 같아요. 항상성? 관성? 무슨 용어가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치 처음부터 과로가 기본값이었던 것처럼 조정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이미 많이 피로한 상태인데도 그걸 인지를 못하게 되어요. 자각이 어려워져요.



과로가 안 좋은 걸까요. 네, 안 좋습니다. 정말로 안 좋아요. 안 좋은 정도가 아니라 본인, 가족, 회사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첫째, 본인에게 안 좋습니다.

둘째, 본인의 가까운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안 좋습니다.


그럼, 좋은 건 회사 뿐이겠네? 아닙니다. 셋째로 회사에도 안 좋습니다. 동료들에게도 안 좋아요.


본인에게 안 좋다는 건 모두가 쉽게 납득을 하실 거예요. 신체와 정신이 피로하고 마음이 메마르죠. 일에 끝이 있나요? 본인이 끝내기 전까지 일은 절대로 끝이 없습니다. 그 무한의 굴레에 빠져서 평생 괴롭습니다. 일을 하지 말란 말이 아닙니다. '적당히' 하라는 거지요. '대충' 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음식의 간을 보면 "음, 딱 적당하다! 좋다!"라고 하면서 일을 '적당히' 하는 건 왠지 부끄럽죠. 죄를 짓는 것도 같고요. 우리 사회는 '적당히'가 비난 받는 사회입니다. '적당하다'라는 말은 정말 좋은 말인데, '적당히' 하면 비난을 받습니다. 더 더 더 하라고 해요. 성장은 좋은데 그 끝에 대체 무엇이 있는가요?


과로를 하는 사람의 가족들도 피해를 입습니다. 그냥 빈자리가 크다 정도가 아니에요. 과로를 하는 당사자는 본인이 제일 힘든 줄 알아요. 그게 과로의 가장 나쁜 점입니다. 누가 과로를 하라고 했나요. 과로를 하는 당사자는 자신의 과로를 정당화 하기 위해 온갖 핑계를 댑니다. 이건 다 가족을 위해서다.


그 큰 빈자리를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가족을 위해서 이러는 거라니. 이건 이율배반 입니다. 가족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면 누구보다 과로를 하는 본인이 가장 힘들다고 얘기합니다. 그 말도 사실입니다.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지만, 그 말이 맞기 때문에 이 상황을 감내해야 하는 가족들이 더 더 힘들어요.


우리 사회에서 과로는 도덕적으로 정당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회사는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우리는 과로를 지시한 적이 없다. 야속하지만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근로계약을 하지 과로계약을 하지는 않습니다. 명시적 지시는 없지만 업무 분위기와 살인적인 작업량이 사실상 과로를 지시한 게 아니냐? 아니라고 할 거예요. 누가 그렇게 하랬냐? 죽을 것 같으면 얘기를 하던가!


맞죠. 얘기를 해야죠. 얘기를 해도 안 들어주잖아요. 그럼 그 회사와는 더는 아닌 거죠. 이별해야죠. 이혼도 이직도 죄가 아니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거예요.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은 슬프게도 스스로 챙겨야 해요. 그냥 신경 쓸게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악착 같이 챙겨야 해요.


과로를 하면 저는 왠지 보상 심리가 생기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지.', '회사가 나한테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런 마음이 마구 생겨나요. 회사의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를 한 적이 없는데 저 혼자 그런 생각을 막 하고 있어요.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는데, 왜 몰라줘! 하면서.


극단적으로 저는 과로보단 무능이 낫다고 생각해요. 죄송하지만, 사회적으로 일종의 재앙이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과로한 것도 억울한데 과로가 사회적인 재앙에 가깝다니,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러니까요. 과로를 하시면 계속 억울함이 쌓이실 거예요. 근데 그걸 자초하신 거라서 어느 누구도 보상해드리지 못해요.


'어쩔 수 없이 과로를 해야 돼.' 맞아요. 그런 특수한 상황이 있죠. 그럼 스스로 제약을 걸어두세요. 기간을 정하든 시간을 정하든 아니면 가까운 누군가에게 너가 지켜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제동을 걸어줘 하고 부탁을 해두시든. 그렇게 스스로 브레이크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만들어 두세요.


'적당히' 하세요. 그래도 괜찮아요. '아니야.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 맞아요. 저으세요. 언제 물 들어올지 모르니까 계속 젓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그 말도 맞아요. 그럼 그냥 즐거운 정도로만 젓고 계세요. 그래야 오래 할 수 있고 그래야 어떤 일이든 결실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대충 하라, 쉽게 그만두고, 금방 포기하라, 그런 이야기가 아니에요. 정성스럽게 하시고 마음을 담아서 하시고 꼼꼼하고 디테일 하게 하세요. 그런데 억지로, 무리하면서까지 하진 마세요. 본인을 포함 그 어느 누구에게도 좋은 게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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