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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Jul 09. 2018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
달성가능한 목표일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지난 주, 대통령직속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첫 저출산(저출생) 종합 대책 발표라고 한다.


일하며 아이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일단 환영!


양가 부모의 도움 없이 맞벌이로 일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우리 부부의 입장에서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고, 가장 주목하여 보았던 부분 역시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균형’이었다.


9 to 6, 그마저도 관행상 1시간 일찍 출근하여 8 to 6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육아기 근로시간 하루 1시간 단축이 주는 혜택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딱 1시간만 근로시간을 단축해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하원시키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출근+등원 전쟁


지금은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부랴부랴 출근하는 일, 퇴근길 정체를 뚫고 아이를 하원시키러 가는 길이 정말 숨가쁘다. 그런데 근로시간 1시간 단축으로 30분 늦게 출근하고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다면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다. 비록 그 기간이 1년, 육아휴직 미사용시 최대 2년으로 짧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비록 미미한 변화일지라도 고맙고 반갑고 기다려진다. 그만큼 일하며 아이 키우는 현실이 팍팍하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우리 부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께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접근, 역시 환영!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한다. 기존 정책 목표인 ‘출산율(출생율) 높이기’에서 ‘20∼40세대 삶의 질 높이기’로. 방향에 제대로 잡힌 것 같다.


정책 패러다임 전환


기존에는 저출산(저출생)을 마치 미혼 또는 기혼 무자녀 여성의 책임인양 비난하는 뉘앙스가 없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기존의 접근방식을 버리고 제도와 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개인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출산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40 세대 삶의 질이 높아지면 저출산 문제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정책 방향 변화는 칭찬해야 마땅하다.


각론, 부실하기는 하다


그런데 야당을 비롯 많은 언론 기사에서 총론이 변화하였음에도 각론이 여전하거나 부실하다는 비판을 한다. 이 비판에는 일견 타당한 구석이 있다. 기존에 추진하고 있던 정책의 지원범위나 지원한도를 살짝 확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전히 급여생활자, 그 중에서도 대기업에서나 적용 가능한 정책이 많고 중소기업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에게까지 적용하기는 어려워보이는 내용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 실효성을 높일 것인가도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되지 않았다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다. 일하며 사는 것도 힘들고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둘 다를 하면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까? 우스개소리가 아니고 정말 궁금하다. 주변에 둘, 셋씩 낳아서 키우는 부모들도 많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 하나만으로도 삶이 이렇게나 버거운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둘째를 가질 엄두를 낼 수 있을까.


?


게다가 내 주변에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를 보면,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결정의 근본적인 이유가 ‘돈’인 경우는 드물었다. 집을 구하지 못해서, 아이를 키울 돈이 부족해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부부는 거의 없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쓰는 시간과 에너지를 자신들의 삶을 누리는 데 쓰고 싶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이를 갖고 싶긴 한데 잘 가져지지 않았고 더는 노력하기 힘들어 포기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반면, 아이를 낳겠다는 부부는 상황이 어떻든 일단 낳고 봤다. 이것도 참 신기했다.


난임 부부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은 갈수록 확대될 모양이고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경제 문제가 아닌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결정한 부부들에 대하여는 정부 정책이 어찌 할 수 있을까 싶다. 아주 원론적인 질문으로 돌아가면, ‘저출산(저출생)이 그렇게나 문제일까?’ 오히려 다른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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