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돈에 관심이 많다. 우리가 부자냐 아니냐 부터. 이건 얼마냐 저건 얼마냐. 정확히는 가격에 관심이 많다. 그게 비싼 거냐 싼 거냐 기준을 가늠하는 연습 같기도 하다.
가족끼리 있을 때 돈과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어느 정도 수용을 할 수 있지만, 가족 외의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돈 이야기가 나오면 낯이 뜨겁다. 어린 아이가 벌써부터 돈을 밝힌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까봐 걱정이 되는 것도 물론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격은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묻는다. 아빠 우리 부자야? 응. 우리 부자야! 얼마나 부자야? 엄청 부자야! 그럼 100조 있어? 아니... 근데 왜 부자야? 우리 집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아이들이 살고 있잖아. 억만금, 조만금을 줘도 안 바꿀 거니까 아빠는 진짜 부자 맞지!
아빠... 무슨 소리야. 그럼 아이들 있는 집은 가족마다 다 부자라는 이야기야? 대번에 이렇게 나온다. 이젠 농담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들아, 아빠는 돈이 행복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있어서 행복한 것보다 돈이 없어도 행복한 게 훨씬 윗길의 삶이라고 생각한단다.
지금 아무리 얘기해봐야 너가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기 전까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일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