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를 읽었다.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영상 매체의 시대 아닌가. 장강명 작가가 직접 출연해서 당시 집필 중이던 책 내용 일부를 설명한 그런 영상이 이미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BaTc1JE42w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기억한다. 2016년 3월의 일이다. 이세돌이 1승 4패를 했다. 충격이었다. (그러고도 2022년 11월 ChatGPT가 나오기까지 4년이 더 걸리긴 했다.)
왜 충격이었나? 대국을 시작하기 전까지 아무도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체스는 진작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겼지만, 바둑만큼은 인공지능이 넘 볼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했다. 바둑은 다르다. 바둑에는 우주가 있다. 바둑은 예술의 영역이다.
아니었다. 바둑도 계산의 영역이었고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 할 수 있었다. 그걸 라이브로 전 세계가 목도했다. 그게 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바둑계, 바둑산업 자체는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더는 사람들이 사람에게서 바둑을 배우려 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바둑을 잘 두려면 바둑학원에 가서 사람들에게 배울 게 아니라 인공지능으로 배워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프로바둑기사, 선배, 시니어, 스승의 권위가 모두 무너졌다. 사라졌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장강명 작가는 위기감을 느낀다. 이미 문학에도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위대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AI가 써내기 시작한다면, 작가인 나는 왜 글을 써야 할까. 직업인으로서 인간으로서 나는 어떤 긍지를 갖고 자기 효능감을 갖고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법조계는 어떨까. 만약 AI 회사들이 앞다투어 법률 전문 AI - 알파로(AlphaLaw)를 내놓는다면? 인간 변호사는 무슨 경험과 권위를 내세울 수 있을까? 의뢰인이 변호사의 말을 들을까 아니면 인공지능의 말을 들을까? 의뢰인의 선택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변호사는 어떤 긍지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까.
AI 시대, 이러한 질문은 지적 사무를 하는 모든 인간의 직업과 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질문이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텐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 AI 시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갈수록 어렵고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