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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Nov 06. 2018

봄, 후쿠오카, 19개월 아이와 함께 ④ 후쿠오카편

여행은 ‘여’유가 주는 ‘행’복. 언제 어디든 가족과 함께라면.

유후인 료칸에서 체크아웃 하자마자 차를 달려 당도한 곳은 바로 후쿠오카 마린월드(マリンワ-ルド). 후쿠오카시 중심에서도 조금 떨어져 있는 동네. 마린월드에서 놀다가 점심까지 먹고, 오후에는 후쿠오카 도심 관광을 하자는 계획이었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대략 이 정도 거리.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목욕을 하고 조식까지 배불리 먹어서 그런지 뒷자리에 탄 총총이는 이동 중에 곤히 잠들었다. 여행 중에 낮잠 스케줄을 챙기기가 어려울 때도 있는데, 이렇게 짧게라도 자고 일어나면 컨디션이 좋아진다. 반가운 일이다.



후쿠오카 마린월드


공룡을 좋아하는 총총이를 위해 기타큐슈에 있다는 자연사박물관(北九州市立いのちのたび博物館)에 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동선이 너무 길어져서 포기했다. 찾아보니 후쿠오카시에서도 공룡 관련 특별 전시를 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우리가 일본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 종료했다.


이왕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인데, 아이를 위한 일정을 하나쯤은 챙겨서 넣고 싶었다. 후쿠오카 도심에는 아이를 위한 공간이 정말 많다(캐널시티 하카타, 호빵맨 어린이 박물관 등). 그런데 굳이 멀리 마린월드까지 온 이유는, 글쎄, 뭐랄까, 이왕이면 바다 가까이 와보고 싶었달까. 지금 생각해보니 다 변명 같다.


사실 나는 동물원/수족관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아래 영상을 보고 나서 지금껏 생명윤리적 관점을 등한시했던 스스로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bGglyCRU6U

님아, 그 수족관에 가지마시오.


참고로, 후쿠오카 마린월드는 대표적으로 돌고래가 있는 수족관이다. 돌고래 쇼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돌고래 수조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공간까지 있다. 그래서 위 영상을 보고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어디까지나 윤리의 영역이고, 개인의 선택 문제이다. 다만, 나는 미처 생각지 못한 문제였기에, 다른 이들에게는 생각의 기회를 열어주고 싶을 따름이다.


수족관 근처 해변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츠타야 서점


책을 매개로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하는 디자인 공간, 츠타야 서점.


그 유명한 츠타야 서점이 후쿠오카에도 있었다. 지하철 나나쿠마선(七隈線) 롯폰마쓰(六本松)역과 바로 연결되어 있는 롯폰마쓰421(ROPPONMATSU421)이라는 이름의 빌딩 2층. 참고로 이 빌딩 3층부터 6층까지는 후쿠오카시 과학관(福岡市科学館)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공룡 특별 전시가 바로 이 과학관에서 열렸었다. 


아이는 과학관 구경, 어른은 츠타야 서점에서 책과 커피. 그러다 배가 고프면 1층에 있는 레스토랑 중 한 곳에 들어가서 식사 또는 디저트. 꽤 괜찮은 휴일 나들이 코스가 아닌가. 그래서인지 주말, 휴일에는 엄청나게 붐비는 빌딩이라고 한다. 주차요금도 1시간에 300엔 수준으로 매우 비쌌다.


여기서도 공룡 책을 찾았다. 꼼꼼하게 비교 관찰 중.


총총이는 여기서도 공룡 책을 찾았다. 서가를 정리하고 있던 점원에게 물어 공룡 책이 모여 있는 서가와 매대를 찾았다. 눈에 보이는 책들을 하나하나 펼쳐보던 총총이는 하드커버로 된 묵직한 책을 집어 들었다. 들고 다니다 놓쳐 제 발등을 찍으면 어쩌나 싶은 걱정에 총총이가 고른 책보다 얇은, 그러나 화려한 표지의 다른 책들도 들이밀어 보았으나, 요지부동, 무조건 이 책을 사겠다는 눈치였다.


지금까지도 총총이의 최애템의 자리에 있는 공룡 도감.


그래서 샀다. 구입한 즉시 서점 안에서도 보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보고, 비행기에서도 보고, 집에 와서도 보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열심히 재밌게 본다. 그런데 내가 봐도 재밌다. 두꺼운 만큼 내용이 풍부하고, 구성이 다채롭다. 사진과 일러스트가 조화롭게 편집되어 있어 지루하지 않고 곳곳에 흥미 요소가 배치되어 있다. 도라에몽과 노비타군이 출연하는 애니메이션 DVD 부록까지 있다. 이번 여행 최고의 소비가 아니었나 싶다.


이틀 정도 한적한 곳에 머물고 나니 도시의 속도가 낯설었다.


츠타야 서점 구경을 마치고 돈키호테에 들러 짧게 구경 및 쇼핑을 마친 다음, 숙소로 들어갔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후쿠오카 명물이라는 모츠나베를 찾아 먹었는데, 번화가에 있는 식당이라 인근 사무실 직장인 단체 회식하는 분위기가 났다. 이틀 정도 한적한 곳에 머물고 나니 도시의 속도가 낯설었다. 서울로 돌아온 것 같았고, 여행이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귀국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조식을 먹고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아침 일찍 뜨는 비행기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렌터카는 어제저녁에 미리 반납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공항에는 모처럼의 연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시끌시끌했다. 공항에 일찍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겁지겁 먹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조식(좌) / 공항 가는 택시(우)


총총이는 비행기에 타서도 공룡 그림책을 보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덕분에 아내와 나도 잠깐 눈을 붙이고 편안히 쉬었다. 인천에 내려 짐까지 다 찾았는데도 아직 점심시간이었다. 하루를 번 느낌이었달까. 공항에서 점심까지 먹고(의외로 맛있어서 놀랐다),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공룡책을 봤다(좌) / 인천공항(우)



유후인 료칸 빼고는 특별한 계획 세우지 않고 훌쩍 다녀온 여행이었다. 아이와 함께 한 몇 번의 여행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백 계획이 별무소용이라는 것이었다. 욕심 내지 말고, 하루에 1개, 많으면 2개 정도의 일정이면 충분하다. 잘 짠 계획보다 아이의 컨디션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말이 여행이지 장소만 바꿔서 하는 육아”라고들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그래서, 특별하다. 아이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결코 경험하지 못했을 경험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의 여행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함께 다녀오라고.


‘고생’을 조금이나마 덜한다는 의미에서 일본은 참 좋은 여행지다. 가깝고, 쾌적하다. 아이와 함께 한다는 측면에서 한국보다 시설이 나은 곳들도 많다. 환율 탓인지, 우리나라 물가 탓인지, 일본 물가가 비싸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처음이라면 역시 일본이 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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