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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Dec 03. 2022

청면수 양지

밝은 태양 아래에  살기를 희망했지만...

한편 동경으로 온 양지는 추밀원의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던 제물을 몽땅 털어 뇌물을 먹였다. 그러나 전수부의 고구(고태위)에게 뇌물을 주지 않은 것이 화가 되어 욕만 먹고 되려 쫓겨나고 말았다. 뇌물을 주느라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털었으니 그에게 남은 건 한 자루의 보도뿐이었다. 결국 그걸 팔아야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는 처지였다. 


'팔 물건'이라고 쓴 꼬리표를 보도에 붙이고 거리에 서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호랑이가 온다!!'라고 외치며 숨기 시작했다. '성안에 어떻게 호랑이가 들어온단 말인가?'라고 의아하게 생각하던 양지의 눈에 멀리서 걸어오는 건달인 한 사내가 보였다. 그가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호랑이, '털 없는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이란 사람이었다. 그 우이가 양지에게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양지가 부른 가격에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흥정을 하며 애초에 이 칼이 보도가 맞는지 의심하자. 양지는 세 가지의 이유를 들며 이 칼이 보도임을 입증했다.


첫째는 구리나 쇠를 베어도 칼날이 말리지 않고
둘째는 칼날에 터럭을 놓고 불면 잘리며
셋째는 사람을 죽여도 칼에 피가 묻지 않소



우이는 이걸 또 트집을 잡았다. 양지는 동전도 베고, 머리카락을 날 위에 얹어 불어 베이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마지막, 사람을 죽여도 피가 묻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우이는 계속해서 양지의 속을 긁었다. 결국 우이는 자신의 목이 떨어지면서 칼의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지는 우이를 죽인 죄로 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의 증언으로 살인죄 중에 제일 가벼운 죄를 받아 거의 매를 맞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죄인은 죄인, 양지는 얼굴에 먹자를 새기고 북경으로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 물론 살인에 쓰인 보검은 관가가 압수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북경 대명부의 유수사로 양중서(양세걸)란 사람이 있었다. 유수사란 직책 자체가 그 지역의 군, 행정을 모두 담당하는 직책이다 보니 권세가 어마어마한데, 게다가 양중서는 동경(개봉)에서 태사로 있는 채경의 사위여서 그 권세가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양지는 이 양중서의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일을 시켜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게 되는 법, 양중서는 신중하고 부지런하기까지한 양지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귀히 쓰고 싶어졌다. 그러나 죄인이라 그럴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는데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바로 무예 시합을 열어 양지를 출전시키는 것이었다.  


양중서의 아래에 여러 군이 있었지만 그중 부패군의 주근 이란 사람과 양지가 무예를 겨뤄 양지가 이기면 그 자리를 차지하도록 했다. 주근이 이기는 것에 대해 딱히 언급이 없는 것을 보면 양중서가 평소 주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양지의 무예는 대단했다. 한 군을 이끄는 주근을 가볍게 이겨 그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이에 항의하는 사람이 있었다. 정패군의 삭초란 사람이었다. 나라에 일이 있으면 앞장서 뛰쳐나가기 때문에 급선봉이라 불리는 사람이었다. 삭초는 자신도 이겨야 양지를 인정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결국 양중서는 양지와 삭초의 무예 대결을 허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무예 실력은 용호상박, 막상막하였다. 50여 합이 넘도록 승패가 가려지지 않자 군중에는 오히려 이 둘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그 싸움을 말렸다. 결국 이 둘은 관군제할사로 일하도록 명 받았다. 그리고 양지를 쓰는 것을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계절이 바뀌었다. 양중서의 부인, 채 부인이 양중서에게 아버지(채 태사, 양중서의 장인)의 생신이 다가옴을 알렸다. 그렇다 양산박 도적단의 시발점이 되는 그 문제의 생신강이 바로 이것이다.  





[이번화 등장인물] - 이전에 등장한 인물은 제외



이름 : 양지(楊志)

별호 : 청면수(靑面獸)

수호성 : 36 천강성 - 천암성

직업 : 북경 제할 -> 산적(미래)



이름 : 삭초(索超)

별호 : 급선봉(急先鋒)

수호성 : 36 천강성 - 천공성

직업 : 북경 제할 -> 산적(미래)







이 글은 이문열 작가가 편역 한 <<수호지>>를 보고 요약정리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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