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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Dec 13. 2022

김장김치 is 맘스터치

대대로 대물림 되는 어머니의 손맛

12월 첫째 주 주말, 매년 이맘때면 우리 집에 김장김치의 양념 냄새가 진동한다. 그렇다 바로 김장 전쟁의 시즌! 왜 하필 '전쟁'이라 표현했냐면, 직접 김장김치를 담가본 사람들은 공감이 되리라. 그 골병이 들 것 같은 고된 과정을 말이다. 나는 결혼 전에 종종 엄마를 도와 김장김치를 담그는 것을 도왔다. 주로 내가 하는 일은 배추를 나르거나 김장 양념을 만들기 위한 마늘과 생강을 가는 등의 잡일이었지만, 여하튼 나는(가소롭겠지만) 김장 전쟁에 손을 보탠 '유단자'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다. 


공부하랴, 취업하랴, 연애하랴 나름 바빴던 아들이 이번에 결혼 후, 처음으로 김장을 하러 아내와 친가(아내의 입장에서는 시댁)에 갔다. 아내의 입장에서 어찌 보면 편치 않은 자리일 텐데, 내가 엄마가 이때쯤 김장을 담근다고 말하자마자 아내는 선 듯 엄마가 김장하는 것을 도와드리러 가자고 내게 말했다. 어쩜 이렇게 얼굴도 마음도 예쁜 걸까? 





김장은 은근 정성이 많이 들고 손이 많이 가는 요리이다. 우리는 그중 숨이 죽은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일을 하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엄마는 아들과 며느리가 김장하는 것을 돕는다 해서 신이 나셨는지, 혼자 김장을 해오시며 깨달은(아빠는 이때쯤 항상 뭔가 바빴다.) 꿀팁들을 대방출하였다. 한 가지만 예를 들면 예전에 목욕탕 의자에 쪼그려 앉아 김장을 했다면, 이제는 식탁에 김장비닐을 펼쳐 서서 양념을 바르는 방법이다. 확실히 예전 같았으면 김장이 끝나면 허리가 부서질 것처럼 아팠을 터인데, 허리가 하나도 안 아팠다. 그러나 이것도 노동이라 조금 힘들기는 했다.    


우리 집은 부모님, 우리 가족, 동생 가족 이렇게 김장을 나누기에 스물몇 포기 정도만 하는데, 과거(어쩌면 지금도!!) 백 포기 넘게 김장을 하는 종갓집 며느리들의 삶은 얼마나 고될까?라는 생각을 양념을 바르며 하기도 했다. 어느 세월에 다 끝내지 했는데 양념을 배추에 바르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다 보니 어느새 김장이 끝나고 수육을 삶는 시간이 되었다. 역시 갓 담근 김치와 수육과의 조합은 찰떡궁합이다.





올해는 부모님께서 주택생활을 하기 시작해서 전원? 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아마도?) 그중 하나가 숯불화로다. 여름에는 그 화로에 소고기를 구워 먹었는데, 숯에 불을 붙이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프라이팬 위에서 익힌 고기의 맛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이었다. 이번에는 이 화로에 고등어를 구웠다. 물론 수육은 솥에 삶고 있는 중!! 수육과 김장, 그리고 숯불 고등어구이 조합이 특이하지만 맛은 있었다.


아내는 엄마의 김치 맛을 좋아한다. 엄마(시어머니)에게 꼭 배우고 싶은 요리 중 하나가 바로 김장김치라고 말할 정도이다. 아내가 엄마에게 직접 김장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자 엄마는 부끄러웠는지 처음부터 이렇게 잘했던 것이 아니라고 말을 덧붙였다. 이런 말을 안 해도 나는 안다. 왜냐하면 30년 동안 매년 우리 가족은 매년 맛이 다른 김장김치를 먹었기 때문이다. 액젓을 더 넣어보고 고추장을 더 넣어보는 등의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약 7년 전부터 "이 맛이야!"의 빈도가 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알기로 엄마는 김장을 담그는 것을 외할머니께 배웠다. 그러나 엄마의 김치 맛은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았다. 맛있는 김치를 만드시는 외할머니께 배운 엄마는 왜 똑같은 맛이 나지 않을까? 김치가 맛있어진 지금도 외할머니의 김치맛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내 생각엔 그 차이가 바로 '어머니의 손 맛(맘스터치)'인 것이 아닐까? 자녀들과 손주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만든 요리에 깃드는 만능 조미료! 어머니의 손 맛. 30년 후 우리 아내의 손 맛에도 어머니의 깊은 사랑이 우러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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