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자리 정리가 뭐라고

by 정예슬

"아~~~ 뭐야!

엄마가 정리해 놨는데 또 어질렀어?!

진짜!!! 너희 이럴 거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한 지 일 년이 넘었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작은 습관이 하루 루틴의 시작이 되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1분도 안 되는 시간을 투자하여 성취를 이루는 것. 아주 작은 성공 하나가 하루의 분위기를 좌우한다. 해냈다는 자부심이 다음 일을 해나가는 힘을 준다.


문제는 새벽녘에 번갈아가며 안방 침대를 차지하는 아들 녀석들이다. 어느 날은 출근 준비를 하는 사이 두 아들이 이불을 헤집어 장난을 치고 베개를 모두 침대 밑에 처박았다. 반으로 접어둔 이불을 다시 펼쳐 자는 건 그렇다 치지만 이렇게 장난을 쳐대면 애써 쌓은 탑이 무너진 것 같다. 자연히 속사포 랩이 쏟아져 나온다.


자기네 방으로 아들들을 쫓아내고 다시 이부자리 정리를 하다 문득 생각했다.


'나는 이미 성취했어. 그다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애쓰지 말자. 뭣이 중헌디?'




이젠 나도 아들들이 안방에 누워 있으면 곁에 가서 같이 뒹굴었다. 뽀뽀도 하고 등도 긁어주고 팔다리 마사지도 하다가 간지럼을 태우면서. 이부자리를 엉망으로 만드는 똥강아지들이 아니라 여전히 엄마 아빠 품 속을 그리워하는 귀염둥이들이다.


그러다 출근 전에 이불을 다시 정리한다. 어떤 날은 깜빡하기도 하고. 완벽하게 루틴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한결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물론, 퇴근 후 단정한 침대를 보면 기분이 좋다. 매일 아침의 작은 성취가 하루를 좌우한다는데 충분히 노력할 가치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더 중요한 걸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잠시 안방 침대에 다녀와야겠다. 어느새 남편과 나 사이에 끼어 자고 있던 큰 아들 보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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