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깨 송편이 좋아

by 정예슬

추석엔 송편을 먹는다지만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떡이라 정작 추석 날 송편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결혼 해서 처음으로 송편을 빚었다. 시댁에서도 그동안 송편을 먹은 적 없는데 올해 갑자기 시작된 것이다. 엊그제 어린이집 추석 행사에서 송편을 만들어본 둘째가 자신 있게 말했다.


"콩이 있어야 되는데~"

"콩 있지~~"

할아버지 말씀에 슬며시 곁으로 간 둘째는 반죽을 떼어내 솜씨 있게 콩을 넣고 송편을 빚기 시작했다. 작게 만든 건 두 살배기 사촌 동생 거라고 따로 챙겨가면서.


아버님 어린 시절 빚어도 빚어도 끝이 없었다는 추석 이야기를 듣다 보니 반죽 담은 그릇이 텅 비었다. 방아깨비를 잡으며 한바탕 놀고 나니 솔잎을 깔아 먹음직스럽게 찐 송편이 찜기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잔뜩 기름칠 한 송편 곁으로 옹기종기 모여 들었다.






"근데 이건 왜 콩을 밖에 붙였어요? 안에 있는 게 더 맛있는데."

"안에 콩을 넣으면 몇 개 안 들어가거든. 터지니까 만들기가 어려워."

"아~ 나는 어려운 것도 잘 만드는데!"


아버님과 둘째의 대화에서 둘째의 송편 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렵지만 더 맛있는 송편을 본인은 잘 만든다는?!


송편 빚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던 첫째가 고소한 냄새에 스윽 다가왔다.


"이거 맛있어요? 꿀떡 맛이에요?"

"이건 송편인데 참기름 발라서 고소해~"


먼저 송편을 먹기 시작한 둘째가 깨만 있는 건 싫다며 한 입 베어 문 떡을 내려놓고 콩 송편을 베어 물었다. 그때까지 먹을까 말까 고민하던 첫째가 입을 열었다.


"나는 콩 싫어요. 깨만 든 거 먹을래요."


둘째는 울퉁불퉁 콩이 가득한 송편을 골라 먹고, 첫째는 깨가 든 송편만 먹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둘째가 먹다 만 깨 송편을 우물거렸다.


'한 배에서 태어났는데 어쩜 이렇게 취향이 다를까? 옷 입는 스타일도, 좋아하는 색깔도 뭐 하나 같은 게 없다. 얼굴은 똑같다고들 하는데...'


다 같이 오물오물 쩝쩝거리며 송편을 먹는 시간. 별 일 없이 흘러가는 단조로움이 정겹다. 오랜만에 급할 것 없는 생각을 흘려보내며 먹고 떠들다 하루가 저문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며 편안하게 먹고 즐기는 연휴. 그래서 말인데, 나는 깨 송편을 좋아해 :)


.

.


♡♡♡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구름이 모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