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모이는 곳

by 정예슬

"엄마!!! 비 그쳤어요!!!

하늘 좀 봐봐요~~~ 엄청 파래요~~~"


아침부터 아들이 호들갑이다.


뉴스 기사를 찾아보니 남부 지방엔 침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아무쪼록 잘 해결되기를 기도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자리. 서울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청명했다.


휴업이 무색한 날씨에 아이들은 나가고 싶어 좀이 쑤신 모양이다.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앞 베란다 창에 붙어 앉아 딱지와 바깥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밀린 공부가 눈에 밟히고 쌓인 집안일도 가득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아침밥을 먹고 나니 마냥 늘어지고 싶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엄마 애들이랑 가도 돼요? 강의 ppt 좀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 집에 있을 거다. 오너라."


통화를 듣던 아이들이 외할머니댁에 간다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곳엔 우리 집에 없는 TV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 집까지는 차로 8분 남짓.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덕에 그 짧은 길이 드라이브를 떠나는 것 마냥 들떴다. 그때였다.


" 구름이다!"

"엄청 빨라~"

"공룡 구름인데?"

"앗 숨었다!!!"


아이들 말처럼 공룡을 닮은 구름 하나가 빠르게 움직여 건물 뒤로 사라졌다. 태풍 때문인지 구름들이 굉장히 빨랐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구름을 찾아 요리조리 머리를 흔들어댔다.


"앗 저기야."

"이번엔 돌고래네!!!"

"우와~~~"


돌고래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1분에 하나씩 구름을 만났다. 생긴 건 거북인데 엄청 빠르다며 깔깔거리다 보니 어느새 엄마 집이 보였다.


딸깍딸깍 딸깍딸깍. 방향 지시등 소리에 맞춰 천천히 좌회전을 했다. 딸깍이는 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와 아아아 아아아아 아!!"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구름이 여기 다 모여있네!! 여기서 만나기로 했나 봐~~"


구름으로 가득 들어찬 하늘. 우리 셋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예쁘다. 멋지다. 환상적이야! 알고 있는 모든 그 비슷한 말들을 끄집어냈다.





하나씩 나타났다 사라지던 구름.

그 조각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구름 떼를 만들었다.

그 경이로움에 넋을 놓고 말았다.


돌고래처럼 귀엽기도 하고

공룡처럼 무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슬프기도 기쁘기도 한

수많은 인생의 장면들이 스쳐갔다.


그 많은 일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내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 혹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잔, 널 기다리고 있었어.

오느라 고생 많았어!"


그러니까,

오늘도 내일도

작은 구름 조각 하나에 기뻐하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행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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