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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는 여정
구름이 모이는 곳
by
정예슬
Sep 7. 2022
"엄마!!! 비 그쳤어요!!!
하늘 좀 봐봐요~~~ 엄청 파래요~~~"
아침부터 아들이 호들갑이다.
뉴스 기사를 찾아보니 남부 지방엔 침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아무쪼록 잘 해결되기를 기도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자리. 서울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청명했다.
휴업이 무색한 날씨에 아이들은 나가고 싶어 좀이 쑤신 모양이다.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앞 베란다 창에 붙어 앉아 딱지와 바깥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밀린 공부가 눈에 밟히고 쌓인 집안일도 가득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아침밥을 먹고 나니 마냥 늘어지고 싶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엄마 애들이랑 가도 돼요? 강의 ppt 좀 만들어야 하는데..."
"그래~ 집에 있을 거다. 오너라."
통화를 듣던 아이들이 외할머니댁에 간다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곳엔 우리 집에 없는 TV가 있기 때문이다. 엄마 집까지는 차로 8분 남짓.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덕에 그 짧은 길이 드라이브를 떠나는 것 마냥 들떴다. 그때였다.
"
앗
구름이다!"
"엄청 빨라~"
"공룡 구름인데?"
"앗 숨었다!!!"
아이들 말처럼 공룡을 닮은 구름 하나가 빠르게 움직여 건물 뒤로 사라졌다. 태풍 때문인지 구름들이 굉장히 빨랐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구름을 찾아 요리조리 머리를 흔들어댔다.
"앗 저기야."
"이번엔 돌고래네!!!"
"우와~~~"
돌고래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1분에 하나씩 구름을 만났다. 생긴 건 거북인데 엄청 빠르다며 깔깔거리다 보니 어느새 엄마 집이 보였다.
딸깍딸깍 딸깍딸깍
. 방향 지시등 소리에 맞춰 천천히 좌회전을 했다. 딸깍이는 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와 아아아 아아아아 아!!"
탄성을 질렀다.
"세상에.... 구름이 여기 다 모여있네!! 여기서 만나기로 했나 봐~~"
구름으로 가득 들어찬 하늘. 우리 셋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예쁘다. 멋지다.
환상적이야
! 알고 있는 모든 그 비슷한 말들을 끄집어냈다.
하나씩 나타났다 사라지던 구름.
그 조각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구름 떼를 만들었다.
그 경이로움에 넋을 놓고 말았다.
돌고래처럼 귀엽기도 하고
공룡처럼 무섭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슬프기도 기쁘기도 한
수많은 인생의 장면들이 스쳐갔다.
그 많은 일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내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 혹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인지 조차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이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잔, 널 기다리고 있었어.
오느라 고생 많았어!"
그러니까,
오늘도 내일도
작은 구름 조각 하나에 기뻐하며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온전히 행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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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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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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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긍정 확언 일력 365
저자
예스리딩 대표|작가|강사|5.3만 교육 크리에이터 @yeseul_check <열려라역사논술><초등긍정확언일력365><슬기로운독서생활><너의생각을응원해!>등 10권의 책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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