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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Jun 05. 2024

돌잡이에 이거 잡은 사람은 없을 걸?

 얼마 전 남동생 딸래미 돌잔치가 있었다. 공주 드레스를 입고 생글 생글 웃으며 나타난 예쁜 조카! 시조카가 2명 있지만 아들이라 딸 조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어쩜 이렇게 몰랑하고 홀랑하고 귀여운 존재가 다 있나! 자꾸만 이름을 부르게 되고 둥가둥가 안고 흔들게 된다.







 돌잔치의 꽃은 돌잡이라고 했던가! 우리 모두 이거 잡아라 저거 잡아라 훈수를 두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사실 전 날부터 나와 두 아들은 돌잡이 내기를 한 터였다. 나는 현금, 첫째는 청진기, 둘째는 판사봉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모 치고 싼가? 며칠 전 <부자의 마지막 가르침>에서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라는 데에 큰 깨달음을 얻은터라 지금에와 그 내기가 부끄럽긴 하다.


 어쨌거나 내기는 내기였으니 각자 자기가 말했던 것을 잡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지켜보았다. 그런데 요 귀요미가 5만원을 잠시 만졌다 놓고 한참을 두리번 거리는 거다! 양 쪽에서 첫째가 청진기를 둘째가 판사봉을 슬쩍 가까이 놓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참을 탐색하더니 마패를 들어!!!!! 올리려다 무거워서 놓쳤다. 또 한 차례 탐색전 이후 다시 마패에 손이 갔다. 너무 무거워서 못 들어올려 엄마 아빠의 도움으로 성공~!!











 자연스레 내가 어릴 적 기억이 소환되었다. 물론 내 기억은 아니고 엄마의 기억이지만...


 "예슬아 잡아 봐~~"


 돌잡이 타임에 나는 눈 앞에 놓인 돌잡이 용품 중 어느 것도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덥석! 팔을 쭈욱 뻗어 사과를 잡아 입으로 가져갔다고... 돌잡이에 사과 잡은 사람, 나야 나 나야나!!!!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인가! 사과라니... 요즘 사과가 금값이긴 하지만서도... 우리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사과이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엄마는 "'먹는 것'을 잡았으니 앞으로 먹는 걱정 없이 잘 살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요즘 내 삶을 보니 정말 잘 먹고 산다. 살이 쪄서 문제? 하하. 그리고 또 한 가지 해석을 추가하자면... 눈 앞에 놓인 안정적인 길이 아닌 새로운 길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평범하고 안정적인 교사 생활도 분명 만족도가 컸는데, 우왕좌왕 널을 뛰는 프래린서의 삶도 꽤 좋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대로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기쁨이 가장 크다. 요 근래 매주 수요일마다 3주 연속으로 동네 엄마들을 만나고 있다. 4명에서 시작해 7명까지 늘었다. 예전에는 엄마들과의 만남이 불편했는데 요즘은 정말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게 떠들고 온다. 그 안에 나름의 배움도 있다. 이건 다음 글에서 :)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아침 시간이 여유로운 것이다. 학교에 출근을 할 때면 정말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남편은 지금보다 40분이나 빨리 새벽 6시 30분도 되지 않아 집을 나섰다. 신생아 때부터 지금까지 아침에 남편이 있는 날이라곤 주말 혹은 휴가를 쓴 날 뿐이었다. 두 아들과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후루룩 아침을 먹고 어린이집과 학교 돌봄 교실에 아이들을 욱여넣은 후 학교로 향했다. 징징거림이나 울음 따위를 신경 쓸 겨를 없이 뒤돌아서기 바빴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이다. 심지어 두 아들이 계란 후라이를 해서 계란밥을 만들어 먹기까지 한다. 오늘 아침엔 둘째가 '구강검진표'를 깜빡하고 학교에 놔두고 왔다며 걱정을 표했다.

 "괜찮아~ 학교종이에 들어가면 인쇄할 수 있게 올려주셨을 거야. 엄마가 프린트해서 적어줄게! 걱정하지 마~"

 예전이었다면 그런 걸 왜 잘 못 챙겨 오냐고 짜증 섞인 말을 내뱉았을 것이 틀림없다. 이런 변화는 남편에게도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난데없이 어제 저녁 남편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하다고 칭찬을 한다?! 이건 너무 뜬금 없는데... 아무튼... 불안함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가족과 일상을 돌보며 제법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과.

 아무래도 금사과를 잡은 모양이다. 맛도 좋고, 향기도 좋고, 알이 가득 찬!!!

 혼자 먹지 말고 같이 나눠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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