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가 좋은 곳이 진짜 학군지라는 뜻이었다. 이전에 살던 동네에서 초등까지 보내다 학군지로 갈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어쨌든 이사를 갈 생각이라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움직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서울 곳곳을 살피다 시댁이 있는 분당까지 들먹이는 남편에게 말했다.
"내 근무지가 목동인데 굳이 분당까지 가야 해?"
그렇게 근무지로 왔다. 이사를 오면서 평수를 줄여야 했다. 집을 매매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3살, 1살이었으니 최소 10년 넘게 살아야 할 곳이었고 당연히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25평 복도식. 방은 3개였지만 아이들이 클수록 애매한 작은 방들을 보며 한숨이 나왔다. 아무리 형제라지만 각각 방 분리를 해줘야 할 텐데 요리조리 살펴도 각이 나오지 않았다. 2년 동안 여행이라고는 집 앞 광장과 갓 전원주택을 지은 시댁 외에는 간 곳 없이 대출을 열심히 갚아나갔다.
그리고 대출을 다 갚자마자 소리쳤다.
"여기서 더는 못살겠어!!!"
철마다 아이들 옷을 박스에 넣었다 뺐다 정리하며 생각했다. 넓은 집에 가면 그냥 서랍장에 사계절 옷 다 넣고 살 수 있겠지? 사실 남편이 조금만 집안일을 도와줬어도 옷 그거 넣고 빼는 것 정도야 일도 아니었을 텐데, 이 사람은 설거지조차 하지 않는다. 분리수거도 혼자 하게 되면 굉장히 눈치를 주고 엄청난 일을 한 것 마냥 널브러진다. 에효.
그러고 보니 어제도대장내시경 용종절제술 후 천공 위험이 큰 크기와 부위라 추가 금식하며 절. 대. 안. 정. 중인 사람 앞에서 설거지하는 티를 팍팍 내며 얼마나 온몸으로 생색을 내든지...(그래도 요즘은 편스토랑을 한참 보더니 파기름 낸 어묵볶음, 진미채볶음 등 약간의 밑반찬을 한다. 음... 친정 엄마처럼 양을 좀 많이 하면 좋을텐데 본인과 아들들 두 끼 먹으면 끝나는 양이라 많이 아쉽긴 하지만...누워있으며 갑자기 설움 대 폭발 ㅋㅋㅋ 역시 못 먹으면 예민해지는군... 평소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음둥 ㅎㅎㅎ)
어쨌든 그렇게 국민평수라 불리는 32평으로 이사를 했다.
옷장에 한이 맺힌 나는 구축 아파트라 드레스룸이 따로 없기에 안방에다 가벽을 세우고 붙박이장을 어마어마하게 짜 넣었다. 푸하하.
TV는 없는 대신 거실에 큰 책상과 책장 피아노가 있고 아이들에게도 각방을 내주었다. 그런데 갈수록 짐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내 책 욕심이 가장 큰 이유인데 아이들 살림살이도 자꾸만 늘어나는 것이다. 자잘하게는 태권도복, 합기도복, 축구복 등등. 정말 별 거 아닌 거 같은 물건들이 쌓이고 쌓여 집은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어져버렸다.
물건이 없는 곳만 골라골라 찍은 사진 ㅋㅋㅋ
아 그러고 보니 베란다에 보이는 실내바이크는 당근에서 드림을 해서 비웠다!!!!
그리고 오늘,
사진을 못 찍었는데 와인잔을 비웠다.
어차피 이제 술도 못 마시는 위와 십이지장, 대장을 가졌으니...
미련 없이... 6개 전부는 아니고 4개만 ㅋㅋㅋㅋ
호옥시나 하여 2개는 남겨놨다.
어쨌든 마음먹은 첫 주에 뭐라도 비워서 개운하다. 요즘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베이킹 도구들도 한 7-8년 묵힌 거 같은데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