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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Nov 18. 2024

엄마 우리는 왜 해외여행 안 가요?

"엄마 이거 에펠탑이죠? 언제 파리 갔어요?"


"왜 우리는 안 데리고 갔어요??!!"


"우리는 왜 국내 여행만 가요? 해외여행 갈래요!!"





아들 둘이 따발총처럼 달려들었다.


"와... 너희 파리도 알아? 에펠탑도 알고?!?!?"


초2 아들이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 어이없이 쳐다봤다.


"저거 엄마 20대에 간 거야. 너희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우리가 없어요?!?!? 엄마 뱃속에도???"


"응 없었어! 아빠 만나기도 전이야. 그리고 기억 안 나?!?!? 우리 지금까지 여름휴가로 내내 제주도랑 부산만 갔었잖아. 둘이 돌아가며 하도 아파서 엄두가 안나기도 했지만, 너희가 외국으로 가는 건 절. 대. 절. 대. 싫다고 했잖아~~~ 일본은 미워서 안되고, 미국은 총이 있어서 안되고, 동남아는 쌀국수 냄새 나서 안되고, 유럽은 너무 멀어서 안되고."


"우리가 안 간다고 했다고요? 기억 안 나요!"


"와... 너무하네!!! 어쨌든 이제 외국을 가보고 싶다는 거지? 좋았어!!!! 어디로 가볼까? 아빠 휴가 내는 일수에 따라 달라질 텐데... 아빠는 동남아 안 좋아해서.... 괌이나 하와이 가자고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아들들 초 4, 초 2가 되어서야 첫 해외여행을 데리고 나오게 되었다. 솔직히 신혼여행 가보고 딱. 느꼈다. 이 사람하고 여행 못 간다 ㅋㅋㅋㅋㅋ 여행 스타일이 너무 달랐다.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특이한 현지식 먹고 구경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남편은 무조건 고기, 스테이크, 햄버거, 피자에 하루종일 물놀이를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발리에 가서 모든 관광지를 패스하고 오로지 먹고 자고 수영만 했다.


이번엔 나도 십이지장궤양에 컨디션이 별로인 와중에 예약한 거라 휴양을 목적으로 가는 여행에 찬성했다. 괌 바로 옆에 있는 사이판 pic을 추천했는데 남편도 무척 좋아하며 바로 예약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장 내시경을 하게 되었는데 용종 절제술을 하게 되는 바람에 여행 취소 이슈까지 있었지만...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가도 된다고 허락해 주셔서 취소 직전에 취소를 물렀다. 다행다행>_<


아쉽게도 하필 이 기간에 사이판 pic이 긴급 보수 공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사이판의 또 다른 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리조트에서만 놀아도 될 정도로 큰 워터파크와 바다 액티비트가 있는 월드리조트!! 후기를 보니 pic보다 만족도가 더 높은 사람이 많아서 기대되었다.







전 객실 오션뷰인 점도 좋았다. 11월까지는 우기인데 태풍만 없으면 너무 덥지 않아 놀기 딱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하필 우리가 도착하기 2일 전 태풍 이슈 때문에 3일 전에는 사이판 학교 전체 휴교령도 내리고 비행기도 지연되거나 취소되었다. 우리가 갈 때는 어떠려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출발할 때 태풍이 싸악 사라졌다. 전날과 전전날 여행 취소자가 많아 머무는 사람이 적은 덕에 우리는 객실 업그레이드까지 받았다.






킹 사이즈와 슈퍼싱글이 똬앟 :)

헐리웃베드 요청 해두고 다녀오니 둘을 야무지게 붙여주셔서 아들들 신나게 굴러다녔다.






세끼 내내 뷔페를 먹었는데 샤브샤브 뷔페, 바베큐 뷔페, 한식 뷔페 등이 돌아가며 나오는 데다 한화에서 인수하며 음식이 그냥 딱 한국식이었다ㅋㅋㅋㅋ 현지 음식이 섞여 나오긴 하지만 우리나라 입맛에 딱! 아들들도 물놀이 후 허기져서인지 매 끼 야무지게 잘 먹어주었다.






가장 기억 인상적이었던 건 바다 스노클링!

그렇게 깊지 않은 곳에서도 물고기가 많았다.

길쭉한 은꽁치? 노란 꼬리에 회색과 검은색 등이 섞인 쥐치복, 파란 물고기, 하얀 물고기, 줄무늬 물고기 등등. 종류와 크기 색깔이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 스킨스쿠버 자격증 딴다고 동해 갔는데 한여름에도 얼어 죽을 듯 추웠고 바닷속이 캄캄해서 무서웠던 기억과 대조적이었다.


스노클링부터 패들보트 등 해양 액티비티 도구는 배까지 모두 무료 대여가 가능했다. 비치타월 걱정도 없고. 여러모로 편하게 물놀이 즐길 수 있어서 낙원이 따로 없었다.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아쉽기만 하다.


"아빠 환갑에 또 사이판 올까?"


갔던 곳 또 가는 거 싫어하는 나 때문인가 ㅎㅎ 남편은 뜬금없이 환갑 타령을 한다. 푸하하.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모두 만족스러웠던 여행이다. 사이판 pic으로 다시 오자며 벌써부터 다음 여행 계획을 짜고 있다. 오늘 한국은 무척 춥다는데 마지막까지 즐겨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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