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21번 째 책 계약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지난 번에 말씀드린 적 있는 창작 동화다. 내년 4월 말일까지 초고를 마감하기로 했다. 오늘은 9번째 책인 <초등긍정확언일력 365>가 택배로 배송되어 올 예정이다. 시중에는 아직 예약판매 상태.
지난주 시댁에 갔는데 어머님이 물어보셨다.
"무슨 책이 또 나와?"
"앞으로 다 나오면 20권이에요... 그만 써야 할까요?"
"왜~ 계속 써야지~"
2022년 <슬기로운 독서생활>이 출간 된 이후, 다음 책을 쓰는 게 참 힘겨웠다. 책 1권, A4 100페이지 분량을 일목요연한 목차에 맞춰 써내려가는 작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에 자꾸만 원고 쓰기가 망설여졌다.
'이왕 쓰는 거 잘 팔리면 좋겠어.'
이 생각도 다음 책을 쓰는데 큰 걸림돌이었다. 잘 팔리는 책을 쓰려면 시장 조사를 하고 기획을 잘 해야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조사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 조사가 끝난 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하여 기획안을 만들고 투고를 해야 하는데 자꾸 시간만 흘렀다.
그러다 전국교사작가협회 '책쓰샘'을 만났다. 책을 여러 권 내신 분들을 보며 자극도 받고, 아이디어도 공유했다. 잘 팔리는 책도 좋지만, 일단 공저든 뭐든 여러 권 써보는 게 좋다는 말씀에 닥치느대로 써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기는 20명이 되지 않는 소수였기 때문에 단체 공저를 기획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 번째 책 <내게 on 사람>이 나왔다. 교단 에세이였는데 처음 내가 썼던 글은 교직 생활을 앞으로 어떻게 잘 해나갈지에 대한 다짐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책 출간이 결정되고 원고 교정을 보는 과정에서 의원면직을 한 상태였기에 글을 수정하게 되었다. 그 때가 어쩐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흘렀다.
세 번째 계약도 책쓰샘을 통해 이루어졌다. 어느 날, '처음 읽는 어린이 시리즈' 기획안이 들어왔다며 대표님으로 계신 윤지선 선생님이 단톡방에 기획안을 올리셨다. 여러 과목이 있었는데 '철학'이 가장 끌렸다. 내가 철학자를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철학에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한창 철학 관련 책을 읽고 좋아하는 철학자가 생겼던 때였다. 마침 아무도 철학에는 관심이 없으셨다. 그렇게 계약을 맺은 책이 영수책방의 <너의 생각을 응원해!>이다.
네 번째로 계약했으나 세 번째로 출간된 책은 <현직교사가 알려주는 자기계발50>이다. 더디퍼런스 출판사였는데, 김선, 배혜림, 윤지선 선생님께서 '현직교사가 알려주는~' 시리즈를 출간하신 상태였다. 참 여러가지 기획안을 전달드렸는데 다 까.였.다. 마지막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이메일도 아니고 그냥 대표님께 문자를 드렸다. 혹시 자기계발은 어떻겠냐고?
"그거죠!! 이제 아시겠죠?"
그간 다문화, 인권 등의 주제를 50시리즈로 들이밀었는데, 대표님은 '시장성'을 원하셨다. 자기계발은 워낙에 좋아하는 분야였기에 술술 쓸 수 있었다. 물론 좋은 책이 너무 많아서 가려내기가 어려웠지만...
다섯 번째 책은 영수책방 대표님이 제안해주신 '문해력' 기획안이다. 문해력 신문이 몇 권 나왔을 때라 그런 컨셉으로 샘플까지 모두 뽑았는데, 한창 책을 쓰기 시작할 무렵 신문 책이 어마무시하게 쏟아져나왔다. 시장성이 없다는 생각에 다른 주제로 틀었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 '문해력 글쓰기' 시리즈로 구성하여 더 많은 선생님과 팀을 꾸렸다. 경제, 사회, 역사, 과학 등 주제를 나누고 어쩌다보니 나에게 '과학'이 떨어졌다.
하필 이 책의 원고를 쓸 때, 뒤에 소개되는 일곱 번째 책 원고와 겹쳐버렸다. 게다가 석 달간 석면 공사로 두 아들과 함께하는 겨울 방학 시작!! 결국 과학 영재교육 등의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현재도 과학을 가르치고 계신 분을 공저자로 모셔왔다. 우여곡절 끝에 원고를 넘겼고, 한창 일러스트 작업 중이라고 :) 2025년도 하반기에 나온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다.
어느새 여섯 번째 책! 바로 <부모마음공부일력365>. 책쓰샘 홍보팀 팀장으로 있으며 기획의 신! 전직 디자이너 출신! 홍보부팀장 박은선 선생님의 디자인 한 스푼으로 정말 예쁜 샘플 원고가 완성되었다. 내가 대표로 투고를 할 때, 한 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봐 얼마나 긴장되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웨일북이 손을 잡아 주었고, <엄마의 말 연습>을 대히트 시킨 편집자님이 맡아주셔서 정말 고퀄리티 일력이 나왔다. 단숨에 2쇄까지 찍어버린 책 :)
일곱 번째는 뜨인돌 교육시리즈 <미래교육트렌드2025>이다. 수많은 원고들 중에 'AI 시대, 질문으로 질문하라!'라는 나의 원고가 뽑혀 한 쪽에 실릴 수 있어 감사했다. 그렇게 2024년도가 마무리 되는가 싶었는데 돌.연. 이메일 한 통이 왔다.
"선생님, 인스타그램 중 플래너 관련 릴스를 보고 연락드려요."
인스타그램을 보고 기획안이 들어온 건 처음으로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2024년 11월 중순 첫 미팅을 하고, 12월 기획 회의에서 샘플이 통과되어 일곱 번째 책 계약 성공!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 이 계약은 올해 <초등 1학년 스스로 공부가 시작됐다>와 플래너북으로 나왔다.
여덟 번째 책은 책쓰샘 홍보팀에 계신 진로교사 김원배 선생님의 제안으로 계약이 이어졌다. 초등학생 대상 진로 원고 기획안이 들어왔는데 중학교 교사라 초등 교사와 함께 쓰고 싶다고 하셨다. 홍보팀 내에 다양한 과목과 학교급 선생님이 계셨는데, 초등에 한정 짓지 않고 특수 교사, 영양 교사 등 다양한 선생님들과 쓰면 더 풍성한 진로 원고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공저 계약까지 완료! 중간에 편집자님이 이직하시는 바람에 원고를 넘겼으나 교정지가 오지 않고 있다. 어이쿠ㅡ
아홉 번째 책은 마찬가지로 책쓰샘 홍보팀 내에서 기획한 긍정 일력이다. 이게 현재 예약 판매 중인 <초등긍정확언일력365>이다. 이 일력 기획안을 쓰고, 샘플을 만들며 투고를 하기까지... 홍보팀 내 부팀장님이 이끄시는 팀이 연달아 계약 소식을 들려주셔서 내가 이끄는 팀 선생님들께 면목이 없기도 했고, 여러모로 마음 고생을 했었다. 다행히 조선미 작가님 책을 계속해서 출간 중인 '북하우스'라는 곳에서 손을 잡아주셨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열 번째 계약도 홍보팀 내 모든 선생님들이 책 한 권씩 쓰실 수 있게 팀을 나누었기 때문에 꼭 투고에 성공해야만했던 책이다. '디지털 문해력' 워크북으로 1~7단계를 기획했다. 7명과 동시에 계약을 해야해서인지 투고 답변이 뜨뜻미지근했다.
"선생님 인스타그램 저희 교육팀에서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획이 생기면 꼭 연락주세요."
대형 출판사에서 내 채널을 알고 관심있게 봐주시는 건 감사했지만, 당장 투고한 책이 줄줄이 거절당해서 슬펐다. 흑. 시간이 흘러 흘러, 두 군데서 적극적으로 기획 미팅을 하고 싶어 하셨고 그 중 하나인 '알파미디어'와 손을 잡았다. 책쓰샘이라는 단체를 알려드렸더니 '알파미디어', '알파뮤직' 등 다양한 출판상호를 가지고 있는데 이참에 '알파에듀'를 만들어야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아홉 번째 책 디지털 문해력 워크북 7권 계약 이후, 알파에서 열한 번 째 책 <평생가는 진짜 공부>를 계약하게 되었다. 이 책은 책쓰샘 임원진 분들과 함께 쓴 '교사 부모의 공부법' 이야기다. 알파미디어는 이 책을 시작으로 정말 '알파에듀'를 만드셨다. 와우!
어느새 열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김선, 윤지선, 김서인 선생님과 함께 쓰게 된 '토론왕 시리즈' 책이다. 김선 선생님 앞으로 들어온 기획안이었고 뭉치 출판사다. 역사와 과학 2권을 계약하게 되어 열세 번째 책까지 쓰게 되었다. 역사는 넘겨졌고, 과학은 김선 샘과 나 둘이서 쓰기로 했다. 2026년 1월 마감으로 달려야 한다.
열네 번째 책은 3권짜리 워크북이다. 역사를 공부하며 한자를 공부하는 워크북인데, 교사크리에이터협회에 계신 선생님들과 함께 쓰게 되었다. 한 번의 계약으로 열 여섯번째 책까지!! 한 달에 한 권씩 써야해서 세 명이 나눠써도 무척 고되다. 그간 다른 워크북들은 4주 5회차를 썼는데, 이건 4주 6회차. 1회 더 늘었을 뿐이지만 분량으로 따지면 24쪽이 더 늘어난 셈. 쉽지 않다. 1권은 지난달에 넘겼고, 오늘이 2권 마감 날이다. 으악!
열 일곱번째 책은 꼭 한 번은 쓰고 싶었던 실용서다. 바로바로 매일 같이 들락거리는 '캔바'!! <초등 1학년, 스스로 공부가 시작됐다> 책을 함께 작업했던 싸이프레스 편집자님이 서사원으로 가시게 되면서 같이 뭘 써볼까~~ 고민고민 하다 나온 책이다. 요즘 같이 디지털 시민교육 강사로 활동 중이신 전직 교사이자 현재 미디어아트 전시회와 드로잉 강사로 계시는 이진아 선생님을 공저자로 섭외했다. 감각이 좋으셔서 멋진 책이 나올 것 같다.
열 여덟번째~스물한 번째 책은 아직 계약서가 도착하지 않았다. 전자 서명이 아니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 심지어 그 중 하나는 내년에 계약서를 쓸 예정이다. 내년도 계획에 넣어야한다며 출판사 캘린더에 박혀버렸기에 계약은 하지 않았으나 빼박 출간해야 하는^^;;; 스무 번째와 스물 한 번째는 모두 주제가 '철학'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전하여 글을 마친다.
원고 마감일에 꼭 다른 책이 읽고 싶고, 다른 글이 쓰고 싶어진다?!
그러다 늦은 오후에 후회를 할 것이다ㅜㅜㅜ
얼른 원고부터 쓰기!!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