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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며느리가 시댁에서 책을?

by 정예슬
며느라期(기간 기)란 며느리가 되면 겪게 되는, 보통 1~2년이면 끝나지만 사람에 따라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혹은 끝나지 않기도 하는 '시댁 식구한테 예쁨 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은 그런 시기'다.

-<며느라기> 중에서


우리는​ 꼭 며느리가 아니더라고 새로운 직장이나 새로 맺게 되는 관계 속에서 우리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도 나오듯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며느라기는 대략 매슬로우 욕구 이론 중 3단계 '애정과 소속의 욕구'와 4단계 "존중의 욕구"에 따른 마음인 것 같다. ​그렇지만 1~4단계를 충족했다고 해서 행복한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특히 3~4단계는 내가 아닌 남의 기준에 따라 언제든 충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얼마나 고달픈가.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 만족이 아니라 '자기만족'이라지만 쉽지만은 않다.

나만의 행복을 외치며 살자고. 다른 사람을 위해 살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해 살자고들 한다. 나도 그럴 거라고 악을 썼다. 그러나, 더더더 중요한 것은 나와 너 사이의 적정한 균형이란 걸 깨달았다.






지난 5월, 결혼 8년 차만에 고부 갈등으로 석 달간 시어머니와 연락을 끊고 지냈다. 책 읽지 말고 애들 잘 챙기라는 말이 너무 서운했다.

​휴독기를 거치고 가족과 진한 시간 보내며 엄마의 역할에 대해, 시가와의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다.

​결론은. 나만 좋다고 내 생각대로 한다고 행복한 건 아니더라는거다. 나를 둘러싼 관계가 좋아야 진짜 행복이 찾아옴을, 나만큼이나 타인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마틴 셀리그만도 처음에는 본인의 긍정적인 감정이 행복에 가장 큰 요인이라 말했지만, 그것의 한계를 절감하고 행복에 대해 '재정의' 내린다.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의미 있는 인간관계와 좋은 일을 통한 성취감이 더해져야 '행복'을 느낀다."

​나는 웃기게도 아이가 가져온 그림책 <잘 지냈어?>를 읽고 펑펑 울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주인공 소가 맨날 자기 말만 하고 다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큰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뭐 그런 이야기.







그동안 너무 타인을 위한 삶을 사느라 참고 희생했어! 이젠 나를 위해 살 거야.
그런데 너무 극단적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다시 마음이 불편해졌다. 물론 이런 과정도 필요했다고 본다. 본인의 의견도 낼 줄 알아야한다. 그런데 그동안 너무 참고만 살다 보니 표현이 세련되지 못했던 것을 인정한다.

이제 모두가 행복한 관계가 진짜 행복이라는 걸 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임을 알게 되었다. 그 바탕엔 감사함과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절대로, 내가 먼저 사과하는 일은 없을거야. 라고 했었는데 눈물의 편지를 썼다. 시어머니께ㅡ

​책 읽지 말고 아이들 챙기라는 말씀이 무척 서운했지만 그 말을 있는 그대로, 어머니로서 하실 수 있는 말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죄송했다고.

그리고 왜 이렇게 책을 읽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동안 깊이 얘기 나누지 못했는데. 편지에 정말 살기 위해 읽을 수밖에 없었노라_ 그동안의 내 상처와 아픔, 1일 1독으로 변화된 마음을 털어놓았다.

​남편이 시어머니를 만나 뵐 일이 있어 제 편지와 작은 선물을 전달드렸다. 그게 벌써 3주 전.

어머니께서 눈물을 지으셨다고 한다. 남편도 내 편지를 읽고 울었다고... 다다음날 어머니로부터 답장이 왔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누구보다 응원한다고, 추석날 꼬옥 안아주시겠다고...

​위염이 올 정도로 스트레스였던 고부갈등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일로 가운데서 고생한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혼자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켰을까.


그 일의 한 가운데 서있을 때는 나만 힘들고 고통스럽다 느꼈는데. 한 발 물러서 살펴보니 어머니는 물론이고 아버님, 남편, 아가씨까지 모두 마음 고생 많이 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내 편에 서서 나를 이해해주려 무한히 노력해주었던 남편. 정말 고마워♡ 아버님과 아가씨도 고마워요. 어머니도... 사랑합니다♡"





며느라기의 끝은.

며느라기 안 받아!! 가 아니라

서로 더욱 배려하고 사랑하자!! 아닐까.


​추석을 앞두고...
명절이 왜 생긴 건지, 그 의미를 되새겨보며
소수의 희생이 당연시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배려하고 사랑하는 추석 보내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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