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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Oct 24. 2021

홈스쿨링의 서막

그 모든 것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빈뇨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어느 순간 아이는 포기한 심정이었던가보다.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지도 않았고 이렇다 할 싫은 내색도 없이 등원 차량에 올랐다. 그리고 슬픈 눈빛으로 가만히 손만 흔들었다.


"어머니, 저스틴 잘하고 있어요~ 얼마나 씩씩하게 잘 지낸다구요."


물론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랬을 것이다. 워낙 눈치가 빠른 아이다. 집에서도 아빠, 엄마, 형아의 눈치를 보며 맞춰줄 일이 있으면 얼른 그렇게 해버리고 양보도 잘한다. 놀이터에서도 누군가 갖고 싶다고 하면 딱지든 카드든 다 주고 올 때도 있다.


겉으로는 천방지축에 동네에서 제일 목소리도 덩치도 큰 사내아이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여리다. 그런데 내 눈엔 아이의 그런 여린 마음보다 들썩이는 엉덩이만 보였다.


'얘는 집에서 공부 못 시켜. 영어 유치원 보내야 해.'


차분한 형과 달리 워낙 행동이 큰 둘째라 늘 뭔가 버거운 느낌이었다. 책 읽어주다 한글을 뗀 첫째와 달리 한시도 가만히 앉아있기 어려운 아이라 영어도 당연히 집에서 공부하기 어려울 거라 단정 짓고 애써 뭔가 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두 손 포개고 얌전히 수업 듣는 사진, 연필을 쥐고 무언가 열심히 쓰는 사진 등 영어 유치원에서 보내온 사진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 칸막이에 마스크를 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에 앉아서 지내는 모습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빈뇨 증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불안감과 약간의 우울증 증세가 느껴져 며칠을 집에 데리고 있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깊이 묵혀뒀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늘어놓다가 마지막엔 이런 말을 했다.


"엄마랑 있고 싶어. 엄마 곁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아."


평소 같았으면 갖은 회유로 아이에게 유치원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그 간절한 눈빛과 말투에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결심이 섰다.


다음날 바로 영어 유치원 퇴소를 신청했다. 영어 뿐만 아니라 영어로 하는 수학 과학 음악 미술 체육 그리고 중국어까지. 이틀에 걸쳐 하원 차량으로 아이가 공부 중이었던 교재를 전달받았다. 그동안 고생 많았겠구나. 문득 미안해졌다.


그렇게 아이와 홈스쿨링이 시작되었다. 일반 유치원에 빈자리가 없기도 했지만, 당분간 아이를 많이 보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 많이 눈을 마주치고 안아주고 틈만 나면 안아주고 뽀뽀를 해준다.


아이에게 넘치도록 많이 주어도 좋은 것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마음으로.


"육아에 정답은 없고 오로지 아이의 대답이 있을 뿐(<엄마의 전공은 내 아이>, 김미라)"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내가 가려는 길을 앞서 간 수많은 위인들의 어머니와 육아 선배들을 믿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나갈 것이다.


아마도 4개월 가량의 홈스쿨링 기간 동안, 아이와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긍정적인 변화를 맞이항 것으로 믿는다. 우리가 피울 찬란한 꽃봉오리를 기대하며, 굿나잇 :)



ⓒ nastya_gepp,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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