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 한강 선생은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를 통해, 기념 기자회견을 열지 않겠다는 뜻을 언론에 알렸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외 언론은 한승원 작가를 한강 작가의 對언론창구로 인식했던 것 같다.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다음날, 한승원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전남 장흥에서 열린 인터뷰는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이 인터뷰에는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만 참석한 것이 아니다. 뜬금없이 전남 장흥 군수가 인터뷰에 배석했고, 한승원 작가의 발언 말미에, 장흥에 부녀 문학관을 건립하겠다며 말까지 얹었다. 도대체 직업 정치인인 그가 어떤 공로가 있다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숟가락을 얹는 것인가.
한승원 작가는 이미 딸의 맨부커상 수상 당시, 지역 정치인들과 상당한 교분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듯, 장흥에서 큰 잔치를 열어 장흥군수를 비롯해 전남 지역 정치인들을 대거 초대한 바 있다.
한승원 작가의 행보는 고고한 문학 외길을 걷고 있는 딸 한강작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딸을 키워낸 아버지가 이만한 생색을 부리는 것은 한국정서에서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한 범위 안쪽일 것이다.
정말 보기 힘든 것은, 한강 작가의 이름을 팔아 어떻게든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삼촌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한강 작가를 비판한 공개 비판한 목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관계가 단절된 지 오래인 상태임에도, 굳이 SNS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경사에 재를 뿌렸다. (※너절한 비판 근거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수많은 기사가 언론을 통해 나갔고, 그 목사는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 알렸다. 이 사람이 어떤 목적으로 <삼촌의 편지>를 올렸는지 알만한 노릇이다.
장흥 군수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 욕을 먹더라도, 한승원 작가의 인터뷰에 참석한 것은 본인에게 실보다 득이 컸을 것이다. 이렇게 특정인을 팔아 높아진 인지도는 환금성까지 있다.
과거 장흥군수는 ‘축의금 추수’논란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은 전례가 있다. 2023년 본인 장남의 결혼식을 앞두고, 본인의 계좌번호를 적시한 카카오톡 청첩장을 1,300명에게나 뿌렸다.
해당 문자는 장흥군 전·현직 이장을 비롯해 지방선거 당시 상대 후보와 캠프 관계자들에게 까지 전달되었다고 한다. 해당 결혼식은 서울에서 올렸다고 하니, ‘장흥 사람들은 돈만 보내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결국 장흥의 한 주민이 그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고발하는 일까지 생겼다.
혼인제도 자체가 흔들려 축의금 문화가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니, 놀라울 지경이다.
비단, 특정인에 편승해 본인의 인지도를 높여보려는 행태가 이번 사례만 있던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한국문학이 침체되고, 도서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아무런 관심도 없던, 종교인과 정치인이 한국 문학계의 성취에 숟가락은 얹는 행태는 정말 목불인견이다.
조선시대 평양에서, 봉이 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돈을 벌었다는데, 21세기 서울에서는 한강을 팔아 인지도를 높이는 <한강 장사꾼>들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