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를 앞두고 탈이 났다. 심한 소화불량에 몸 경련까지 어정쩡한 자세로 버티다 끝내 화장실로 달려갔다. 밤새 복통 때문에 30분마다 끙끙 소리를 내며 옆지기 밤잠을 설치게 했다. 이튿날이 지나도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일어나지 못하는 엄마를 두고 다행히도 아기는 보채지 않고 혼자 놀기를 이어갔다. 남편이 퇴근할 무렵에야 거실로 겨우 걸어 나왔다. 불도 켜지 않은 캄캄한 집안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놀았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일주일 넘는 시간이 지나서야 외출이 가능한 정도로 회복했다. 남편은 나를 배려해 아기와 단둘이 산책을 다녀오겠다 했다. 햇살도 좋고,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은 날이었다. 쌀쌀하지만 입김이 나올 정도는 아닌, 오랜만에 나가 걷고 싶은 날이었다. 셋이서 함께 손을 잡고 대문을 나섰다.
바람과 햇빛이 스치는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꼈다. 아직은 단단히 굳어진 땅 덕분에 아기 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종종 걸으며 지나가는 까치를 따라 걷다가, 까악 까악 나도 울음소리를 흉내 내 보았다. 찬 바람에 짧은 산책을 마치고 옷깃을 여미며 집으로 돌아왔다.
3주가량 이어진 아기 감기를 함께 겪느라 피로했을 거라고. 나이가 들어 회복력이 전과 달라졌을 거라고. 움직임 부족으로 체력 저하가 왔던 거라고. 탈이 난 이유를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쩌면 나는 몸이 아팠던 것이 아니라, 마음 숨길이 막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평소 걸으며 저절로 해소되었던 정서적 피로감, 반대로 채워졌던 자연 에너지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장기간 바깥 외출을 못하는 아기는 안쓰러워하면서 정작 나는 나를 돌보지 못했다.
하루 일과였던 짧은 산책. 너무 사소한 일상이라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다. 산책은 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