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은 옅은 땀에도 쉽게 번진다.
작은 실수도 금세 탄로 난다.
꾹꾹 눌러 적어도 흔적을 없앨 수 있다.
든든한 뒷배인 지우개만 있다면.
반면 지우개는 연필이 앞장선 길을 따라간다.
연필의 실수를 대신 만회해 주는 헌신의 대명사다.
자기 몸이 닳더라도 기꺼이 내어주기 때문이다.
가끔 연필이 실수하지 않으면
할 일이 크게 줄지만,
이미 존재 만으로도 큰 일을 하는 중이다.
집안 곳곳을 탐험하고 다니는 너를 보며
그 흔적을 지우는 나를 보며
연필과 지우개가 떠올랐다.
우리 엄마도 나 때문에 많이 닳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