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서 행복하다던데, 당신도 그런가요?

암이라서 감사합니다

by 치유의 하루

진단 초기에 암 관련 서적을 찾던 때 일화다. '암' 키워드로 도서를 검색해봤다. 의아한 제목이 눈에 띄었다. '암'+'행복'이라는 조합이었다.


'암이라서 행복하기는, 개뿔! 책을 판매하려고 낚시성 제목을 정한 거 아니야? 사람들 참 솔직하지 못하는 구만!'


사실 암이라서 행복하다는 책은 한 권이 아니었다. 꽤나 여러 권 되었다. 그럼에도 콧방귀를 뀌었다. 그 책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를 원했다. 또한 암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였다. 그런데 1~2년에 걸친 치유 기간 동안 점차 생각이 달라졌다. 어느새 180도 바뀌었다. 내가 암이라서 행복했기 때문이다. 암이라서 감사했기 때문이다. 암을 발견하고, 마주하고, 인정하고, 감싸 안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암이 나에게 올스톱을 외쳤다. 파괴적인 생활습관과 생각 습관을 하나둘씩 돌이켜보고 반성하기를 반복했다.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반대편에서 불쑥 튀어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나 스스로를 괴롭혔는지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타인을 쉽게 평가하고, 나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며 몰아붙였다. 그게 뭣이 중헌데!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마터면 남은 인생 70년을 불행하게 살 뻔했다
두 번째 인생을 행복하게 살 자신이 생겼다
암이라서 다행이다



암은 내게 기회를 주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기회를 준다. 일단 시간이 있다. 순식간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질병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당뇨,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 질병도 시간을 주지만 삶을 바꾸기엔 충격이 부족하다. 그래서 암이라서 다행인 거다. 암은 지금이라도 멈추도록, 돌아보도록, 다시 새롭게 살아가도록 해주니까.


이번에는 인터넷 서점 도서검색창에 다음 키워드를 입력해 본다. '심근경색이라서 행복합니다', '뇌졸중이라서 행복합니다', '고혈압이라서 행복합니다' 같은 책은 없다. 그러나 '암이라서 행복하다'는 고백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제는 알겠다. 왜 암 선배님들이 책 제목에 '행복'이라는 키워드를 넣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암 선배님들은 솔직했다는 것을. 암 선배님들은 진짜 행복하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