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8주년 기념 외식을 나왔다. 저녁 식사를 직접 준비해 보겠다고 했으나 재택근무 이후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버린 탓에 결혼기념일 집밥 계획은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되었다.
평일 저녁 음식점 자리는 널널했다. 종업원은 앉고 싶은 자리로 가라고 안내했다. 네모난 사각테이블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동그란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나와 남편은 90도 각도로 마주 본 듯 아닌 듯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꼭, 이렇게
붙어 있어야 하나요? ㅋㅋ
내 오른 다리는 그의 무릎 자석에 끌린 것 마냥 붙어 있었다. 딱딱함과 따스함이 동시에 전해지는 중이었다. 남편은 키득키득 웃으며 내게 물었다.
같이 있으면 심리적 안정감이 올라가는 사이. 물리적으로 붙어 있으면 더더욱 안정감을 느끼는 사이. 이렇게 안정감을 느끼는 나를 보며 그도 안정감을 느끼는 사이. 그러나 늘 붙어있지는 않은 사이.
8년의 시간 동안 우리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며 걸어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여러 우여곡절에도 우리는 견고하고 안정된 관계로 발전했다. 어쩌면 우여곡절 덕분에 8년밖에 걸리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