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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의 하루 May 11. 2023

자궁경부선암 수술 후 만 2년 정기검진 결과를 들으며

지난달 말로 수술 후 만 2년이 지났습니다. 정기검진을 앞두고 어느 치유동반자님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위로와 위안이 되는 말씀이었어요. 감사한 마음 가득이었습니다.


치유님에게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조금 더 솔직한 말씀을 전하면 마음속 구석에는 이런 마음도 있었습니다. 불안과 걱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감정들이요. 이번 검진은 교수님이 (재발 가능성 여부 관점에서) 다소 강조했던 시기였거든요. 그저 확률일 뿐임을 알지만, 그 말씀이 마음에 남았나 봐요. 복직 후 첫 검진이다 보니, 전업치병때와는 달라진 환경이 걱정스럽기도 했고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검진과 외래일정 전후로 다소 예민해져 있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전 9시 15분, 교수님 방 앞에 도착했습니다. 아무래도 9시 정각에 진료를 시작하지 못하셨나 봅니다. 전광판에 표기된 상담 대기시간이 30분을 넘어섰습니다. 심장박동이 점차 빨라졌고 발은 점점 차가워졌습니다.


문득 치유과정을 먼저 겪어보신 더높은님과 써니님도 최근까지도 떨렸다고 말씀해 주신 게 떠오르더라고요. ‘떨려도 괜찮다, 당연한 거다, 괜찮다’고 제게 말해주며… 교수님을 만나고 방에서 나왔을 때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개운한 마음과 따뜻한 발끝을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호흡에 집중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허, 어.. 휴-”


내진을 위해 옷을 갈아입는 동안 교수님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덤덤한 마음으로 동그란 의자에 앉았습니다.


“김민정 님, 아주 좋습니다!”


알고 보니 제 이전에 들어왔던 환자를 향한 깊은숨이셨더라고요. 그제야 저는 웃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저의 난소 사진을 보면서요. 교수님과 대화는 1분 컷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짧은 대화였지요. 교수님 표현으로는 이제 안정기라고 본다고 하셨어요. 3년 차이니 검진 주기를 4개월에서 6개월로 바꾸기로 하고 나왔습니다.



잠시 문밖에 서서 남편과 포옹을 나누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손도 꼭 잡았네요.


직장 내 동료들에게도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제야 제게 물어보지 못했다는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함께 안도하고 축하를 건네주는 말씀에 따뜻함으로 고스란히 전해졌지요.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어느덧 수술 이후 만 2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3년 차입니다. 암경험자로 산 지는 5년 차이고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검진과 외래는 여전히 떨립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때마다 저는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주렵니다. 다시 영점 조절하고 한발 한발 나아가렵니다. 앞으로 6개월, 60개월, 60년 후까지도…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저는 환하게 미소 짓고 있네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합니다.

모두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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