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세 번째 서울숲에서 봄을 맞이하는 중이다. 한 곳에서 반복해서 계절을 맞이하는 경험이 제법 참신하다. 똑같은 모습이 반복되기에 새롭지 않을 거란 예상은 완전 비껴간다. 매해 새롭고 경이롭다. 더욱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되고 더욱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서울숲 봄소식은 단연 산수유가 가장 먼저 전해준다.
그다음으론 일렬로 줄지어 튤립 싹이 고개를 내민다. 누가 언제 심었는지 매번 궁금해하며 하루하루 자라난 싹을 관찰한다.
가족마당 광장에 살구나무 무리가 분홍빛으로 물들 무렵, 서울숲 입구 주변에 모여있는 목련도 절정에 다다른다. 서울숲이 한층 환해지는 순간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련 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온다. 하얗고 큰 꽃잎이 땅바닥에 떨어져 흐물거리며 갈색빛으로 바뀐 모습에서 처절함에 잠시 숙연해진다.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나를 위로하듯 벚꽃 팝콘이 팡팡 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빠르다. 순차적으로 피던 꽃들이 한 번에 우다다닥 피어나고 있다. 살구꽃, 목련은 끝 무렵이고 벚꽃은 이미 절정인 듯싶다. 오늘로 3월 마지막 날인데 말이다.
함께 산책 가겠냐고 남편에게서 톡이 왔다. 5시 회의가 있었고, 6시에는 발레 수업도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발레를 빠지는 것이 맞을까 잠시 고민했다. 남편도 운동을 다녀오겠다며 나갔다.
30분쯤 지났을까. 집 나간 남편에게서 다시 톡이 왔다. 발레 대신 꽃놀이를 가자고. 톡을 보고 씨익 웃음이 났다. 꽃이 피어나는 지금, 이 순간. 사랑이 피어나는 순간을 만끽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다.
우리는 분홍빛 벚꽃 잎을 배경 삼아 카메라 앵글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