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유의 하루 Sep 10. 2024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쓴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카드 행사 이벤트 안내 문자가 왔다. 피부관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단다. 진짜 무료일 리는 없다. 새로운 고객을 불러오기 위한 영업일 테다. 제품에 자신 있을 테니 이런 행사도 하겠지 싶었다. 서비스가 괜찮으면 사용해 볼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신청했다. 관리가 끝나고 해당 서비스를 홍보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작은 원형 테이블과 의자 두 개가 딱 들어있는 단칸방이었다. 다행히 여닫이문이 없는 반개방형 공간이었다. 밀폐형 공간이었다면 들어가기도 전에 숨이 막혔을 거다. 일단 열린 마음으로 설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한 달 기준으로 화장품에 소비하는 수준을 물었다. 대략 계산해 보니 월 5만 원가량 될까 싶었다. 요즘 20대들도 올리브영에서 한 번에 30만 원씩은 긁는다며, 월 10만 원은 돼야 한다고 했다. 20대와 달리 30대는 콜라젠이 줄어드는 속도가 6배 빠르단다. 눈을 깜빡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입안이 바짝 말랐다. 목구멍 뒤에서 쓴 침이 올라왔다. 사실 확인도 없었지만,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내가 체감한 것이 기분 탓은 아니었을지도 몰라!' 속마음을 왈칵 들켜버린 것 같았다.


선택을 망설이다 결국 빠져나왔다.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닌 듯했다. 그러나 최소 1년 치를 결제해야 했다. 어딘가 오래 묶여 있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 순간 결제하지 않으면 혜택은 사라진다고 했다. 이게 맞나 싶었다. 어깨 위로 공기 무게가 느껴지는 듯 숨통이 조여왔다. 목돈이 들어가지만, 12개월 카드 할부로 해결할 수 있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합리적인 쇼핑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포기하기로 선택했다. 상담사도 영업을 포기한 듯, 피부관리 우선순위가 아직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옅은 미소와 함께 맞는 말이라고 되받아쳤다. 소비 구멍이 완벽 봉쇄된 듯한 확신이 들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돈도 쓴다고 말하고, 글도 쓴다고 표현한다. 돈을 쓰지 않았더니 글을 쓰고 있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짜 쓰는 일은 마음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음을 먼저 쓰지 않으면, 돈도 글도 쓰기가 어렵다. 잘 썼다는 생각이 들면, 소비한 시간도 돈도 전혀 아깝지 않다. 언제나 잘 쓸 수만은 없을 테다. 확신이 없을 때는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쓰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강력하다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