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더 이상 오지 마세요

자궁경부선암 자연치유 과정기 | 의사 A, B, C의 상반된 이야기

by 치유의 하루

2019년 자궁경부선암 진단 후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수술을 뒤로 미루고 자연치유에 매진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1년 뒤 몸 상태를 확인하고자 병원을 찾았다. 어쩌다 보니 세 명의 의사를 만났고, 공교롭게도 그들의 이야기는 모두 달랐다.




의사 A.


어둑어둑한 구름 사이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아침이었다. 1년 차 검진을 받으러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출근길 차량들 사이에서 가다 멈추다를 반복했다. 내 심장도 쿵쾅 거리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나는 연거푸 심호흡을 했다.


'선암은 공격적인 암종이라 했잖아. 그런데 지금껏 이렇게 잠잠한 것을 보면 교수도 깜짝 놀라지 않을까.'


'1년 전과 달리 자궁적출 말고 다른 치료방안을 제시할지도 몰라.'




수술하지 않을 거라면,
이곳에 올 필요 없습니다.


의사 A는 굳은 얼굴로 한마디 말만 뱉었다. 그의 소견은 변함없었다. 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눈물도 없었다. 어깨가 축 처지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흉추가 볼록해지고 양쪽 어깨는 가슴 쪽으로 말렸다. 웃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은 늘었다. 블로그 글쓰기도 모두 멈추었다. 비가 그치고 구름이 걷힌 지 며칠이 지났지만 안팎은 여전히 어둑어둑했다. 결국 6개월 차에 검진받았던 종합병원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의사 B.


종합병원 의사 소견도 6개월 전과 같았다. 자궁경부 조직을 떼어내는 원추절제술과 자궁내막 조직을 긁어보는 소파술을 권했다. 의학적으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다. 여전히 시술 생각은 없었다. 다행히 종합병원 의사는 표준치료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내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대신 이번에는 MRI도 함께 보자고 했다. 간접적이나마 자궁 내부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 했다.


결과 역시 6개월 전과 동일했다. CT, MRI 모두 영상으로 확인되는 특이사항은 없었다. 발견된 이상세포도 없었다. HPV 16 바이러스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나의 욕심도 함께.



'바이러스도 검출되지 않았더라면...


아, 아니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세포진 검사는 위 음성률이 높은 편이라 하지만, 두 번 연속 이상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애써 부정할 일도 아니었다. 의사 B는 표준치료를 따르지 않는 내게 더해줄 소견은 없다고 했다. 시술을 강력히 권하지도 않았다. 그리곤 입 주변을 만지작 거리며 나지막이 말했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해나가도 될 것 같네요.





의사 C.


암 진단 초기 멘털붕괴 시절이다. 남편의 폭풍 검색으로 의사 C를 알게 되었다. 췌장암 진단과 두 번의 재발을 겪은 분이었다. 재발 후에도 표준치료를 받았으나, 또 한 차례 재발을 겪으며 현대의학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연치유를 시작하신 분이었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의사라니. 게다가 전직 산부인과 의사였음을 우연히 알고 도움을 청했다. 내진을 받을 순 없었지만, 의무기록 사본을 보여드리고 유선상으로 진단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온 한 마디.



잘하고 계시네요, 대단하세요.
계속해나가면 될 것 같네요.



의사 C의 목소리는 단단했고 또렷했다. 나와 남편 모두 아무 말 없이 가만 멈추었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우리 몸 치유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분이 건넨 한 마디는 강력했다.



'내가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구나.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이거였구나.'



전화를 끊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머리부터 꼬리뼈까지 등판이 꼿꼿이 섰고 가슴은 활짝 열려 있었다. 취침 준비를 하러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 내 입가는 자꾸만 씰룩거리고 있었다.




세 명의 의사들이 나에게 준 뜻밖에 깨달음도 있었다. 이를테면 대학병원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 말이다. 다음엔 제대로 써먹으리라 다짐했다.


그리고 몇 달 뒤 회사로 복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