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꿍, 암세포가 또 발견되었습니다..

또다시 모든 것이 변했다

by 치유의 하루

암 자연치유 1년 6개월 간 많은 것이 변했다. 당황스러움, 억울함, 황당함, 화남 등 온갖 감정들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갔다. 암을 공부하고, 반성하고, 인정하기를 반복했다. 내 몸과 마음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신기했다. 이 세상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모든 것을 재발견하는 과정이 꽤 재밌었다. 삶의 체험현장이 아니라, 삶의 재발견 현장이었다.


'새로운 삶, 두 번째 기회를 얻었구나! 암 덕분에...'


모든 것이 변했고, 더 이상 변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이상세포가 발견되었습니다

컨디션이 이렇게 좋은데요?


자궁경부선암 진단, 그리고 자연치유 1년 6개월 차였다. 당시 전반적으로 느끼는 컨디션은 좋았다. 체중이 한 몫했다. 당시 46kg로 (진단 전 50kg, 치병 초기 41kg에 비하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느낌이었다. 부정출혈도 중단되었고 체온도 많이 좋아졌다. 치유식이도 일상이 되었다. 운동량도 증가했고, 혈액검사 종양표지자 지표도 좋았다. 마음 상태 역시 아주 좋음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컨디션이 이렇게 좋은데, 검진 결과도 당연히 좋겠지?'


검진 결과 이상세포가 발견되었단다. 선암세포였다. 엄밀히 말하면 재발은 아니었다. 그저 다시 발견된 것일 뿐이었다. 마음이 어땠는지는 표현할 길이 없다. 몸에 칼을 대고 싶지 않았던 나인데, 직감적으로 알았다. 선택의 순간이었다. 몸 상태를 조금 더 면밀히 확인해보고 치유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해 조직 일부를 잘라내는 시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온전히 내가 내린 결정이었다. 시술만으로 끝나길 바랄 뿐이었다.





경계면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습니다

나를 잊고, 남편을 잊고 살았구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때문에...
와이프 이렇게 보내실 건가요?


환자인 나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그의 눈은 오로지 보호자 남편에게 향해 있었다. 교수는 수술을 권했다. 가임기 보존을 위한 수술이 아닌, 적출 수술이었다. 남편이 아니라 내 자궁인데 나는 투명인간이었다.


그간 나름대로 치유 노력을 가하며 걸어온 길 위에서 잠시 멈추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 지 생각해 봤다. 언제가 끝일지 모르는 치유 생활,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 불안함, 지금 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느끼는 두려움이 떠올라 숨이 막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걸까.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게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일까?'


문득 현재의 '내'가 아닌 미래에 만나고 싶은 '아이'에 집중한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정확히는 '내 아이'다. 내 아이를 소유하고 싶었다. 내 가정을 이루고 싶었다. 머릿속은 임신과 출산뿐이었다. 이보다 더 강한 집착이 있을까. 내 삶에 내가 없었다. 남편도 없었다. 당연히 우리도 없었다.


'나, 참 이기적이었구나. 남편과 나, 우리는 이미 둘로 완성된 가정이었는데...'





또다시 모든 것이 변했다


그제야 비로소 '나'를 찾기 시작했다. 내 삶을 살고 싶어졌다. 남편과 함께 살고 싶었다. 하루를 살아도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임신과 출산을 내려놓으니 수술에 대한 관점도 바뀌었다. 떼어내는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떼어내는 것이 온전한 치유를 돕는 길이기도 했다. 실보다 득이 더 크다면 표준치료는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임을 인정했다.


그렇게 수술을 하기로 했다. 암 진단을 받고 자연치유를 시작한 지 1년 9개월이 될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