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동 입양 전제 위탁을 시작합니다

D+1 눈물이 주르륵 나도 또로록..

by 치유의 하루

아이를 데리고 함께 집으로 오는 길, 아기는 카시트에서 두 다리를 바둥거리며 분노의 발길질을 이어갔다. 울음을 멈추지 못한 탓에 까만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대성통곡을 하는 아이 입에 공갈 젖꼭지를 물렸다. 잠시 쪽쪽 거리다가 잊었던 울음을 잇느라 3초에 한 번씩 쪽쪽이가 빠졌다. 그때마다 나는 재빠르게 다시 젖꼭지를 입으로 갖대 대었다. 겨우 잠들었건만, 아파트 주차장에서 또다시 눈물 수도꼭지가 열린 채 집으로 올라갔다.



아기는 남편을 무척 경계했다. 저 멀리 바라보고만 있어도 아기는 남편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까만 눈동자와 미간 사이, 어깨와 온몸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남자여서 그런 것 같았다. 남편은 오직 분유 병을 들고 올 때만 가까이할 수 있었다. 결국 이유식을 먹이고, 낮잠을 재우고, 똥 치우고 목욕까지. 하루 일과를 나 혼자 다 처리했다. 낯선 환경을 처음 마주하는 아기가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는 왕초보 엄마를 만나 주르륵주르륵 눈물 흘리며 순간순간을 넘겼다.




저녁밥을 먹고 아기는 다시 격렬히 울기 시작했다. 그사이 내 정신이 가출했다. 마지막 목욕을 눈앞에 두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전 위탁 부모가 써 준 편지를 다시 꺼내 읽었다. 아기는 목욕을 좋아하고, 통에서 놀다가 뒤에서부터 머리를 살살 감기면 된다고 했다. 머리 말리기도 좋아한다는 문장에 안도의 숨을 뱉었다. 눈에만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적혀 있었다. 심호흡하고 욕실로 들어섰다.


미리 준비해 둔 목욕통에 아기를 넣으려는 순간, 온몸에 힘을 주며 저항했다. 아무리 신기한 장난감도 아무 소용 없었다. '목욕통에 들어가지 않는데 목욕을 어찌해야 한담?' 허탈함에 심기일전한 마음이 녹아 버렸다. 에라 모르겠다며 일단 샤워기를 틀었고, 내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아기 눈에 물이 들어갔다.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밟아 버렸다. 아기는 더욱더 격렬히 울기 시작했다. 난리 통이었다.


욕실 밖으로 나와 수건 위에 눕혔다. 남은 물기를 닦이고 옷을 입히려는데, 뿌지직... 아기의 첫 똥을 실시간 라이브로 목격했다. 다시 욕실로 돌아가야 한다니... 두려우면서도 반가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집이 마지막이라고 도장 찍은 거니?
오늘 마지막 할 일까지 잘했구나!



울고불고 몇 차례를 반복하던 아기는 지쳤는지 어느새 고이 잠들었다. 그제야 나도 홀딱 젖은 몸을 씻으러 갔다. 머리 위 해바라기 샤워기 꼭지 아래로 뜨거운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내 눈물도 두 뺨을 타고 쪼르륵 흘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