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 아프게 낳아야만 엄마가 되는 건 아니야
아기가 좀 전에 침대에서 낙상했어요.
한번 크게 울고는 지금은 웃으면서 잘 노는데...
병원 가야 될까요?
죄책감에 아기를 못 쳐다보겠어요. ㅠ_ㅠ
제가 엄마 자격이 있나 싶네요...
육아 단체방에 올라온 메시지였다. 참여자 수가 500명이 넘는지라, 늘 수백 개가 쌓인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넘기기 일쑤였다. 그곳에서 우연히 보게 된 메시지에 나는 꽂히고 말았다. 마음속 깊이. 제대로.
낙상 사고를 주의해야 한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직접 겪어본 일은 아니었다. 아기를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 건지, 간다면 언제 가야 하는지 등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없었지만 이상하게 한 마디 건네고 싶었다. 나는 카톡창을 열고 댓글 몇 자를 남겼다.
당연히 있지요. 이렇게 아기를 걱정하고 미안한 마음 드는 모습만 봐도 완전 엄마이신데요!
아기를 키우다 보면 이럴 때도 저럴 때도 있잖아요.
아기는 별일 없이 건강히 지나갈 거예요~
한참 뒤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누군가 나를 멘션 했다는 알림이었다.
XX님... 답변보고 한참 울었네요...
예쁘고 따뜻한 말씀 정말 감사해요!!!
한참 울었다는 답글에 마치 친정 엄마라도 된 양 마음이 아팠다. 눈물을 흘리면서 버거웠던 감정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길 바라는 마음이 잇따라 올라왔다. 잘하고 있다고. 당신도 나도, 우리 엄마들 모두 잘하고 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나는 왜 지나치지 못했을까?
나를 멈추어 세운 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엄마 자격' 문구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전함으로써
내가 듣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남의 집 아기가 아프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쓰이는 모습이 새롭고도 낯설다. 어쩌면 나도 엄마 자격을 조금씩 쌓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내 배 아파 낳아야만 엄마가 되는 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날, 나는 진짜 엄마가 되어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