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되리의 영화들로 가득찬 나의 영화리스트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다시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나'의 모습이 보이는 영화를 좋아한다.
'파니핑크(Nobody loves me,1994, 도리스 되리, 독일)'라는 영화가 시작이었다.
사진만 봐도 특이하다. 29살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볼 당시, 나는 29살이 아님에도 이 여자 주인공이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지 '아, 다음에 또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영화보면서 처음 하게되었다.
영화 한장면 한장면에
숨겨진 비밀 이야기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파헤쳐 보고 싶다는 느낌?
'파니핑크'를 보고나서 한, 두해 정도 지났을까?
하루는 TV채널을 돌리며 뒹굴거리고 있었는데, 한 영화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뚱뚱한 아주머니가 정말 특이한 옷, 특이한 귀고리를 하고 나와서는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재밌어서 끝까지 그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본 뒤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나서 깜짝 놀랐다.
감독이 파니핑크의 감독인, '도리스 되리'가 아닌가.
그 후에 '도리스 되리'를 서칭했고 그녀가 만든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내 남자친구의 유통기한'
이 두영화 모두 내 마음에 들어왔다.
'도리스 되리'의 영화는 내 마음에 모두 들어왔다.
아마 그 영화 속에서 '나'의 모습과 생각을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도'감독은,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나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도리스 되리'감독이 훨 낫겠지만.
지금도 '내'가 보이는 영화를 찾아 다니고 있고,
나의 작은 꿈이 있다면, "나를 닮은 영화 list 100편"을 만드는 것이다.
서론이 길었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감독의 의도가 영화로 표현되는 과정,
그리고 영화에 삽입된 음악의 의미 등등...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영화관련 일을 하는 사람도 없었고
관련 강의를 해주는 곳도 없었다. (뭐 이것도 핑계라면 핑계지만.)
그러다 상상마당에서 하는
'당신이 몰랐던 몽타주, 당신이 알게될 시네마'라는 강의를 보게 되었다.(2014년-너무 오래됐다. 벌써 십년이나 지났다니…)
보자마자
'아, 들어야 겠다.'
바로 수강신청을 했다.
첫번째 강의는 수강생들이 이 수업을 듣게 된 계기를 간단히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고
쇼트(Short)와 커트(Cut)라는 것에 대해서 배웠다.
'사람의 얼굴을 크게 잡으면 잡을 수록 배우의 감정이 드러나는 씬(Scene)이,
아래에서 위로 사람의 얼굴을 잡으면 권위적인 사람의 이미지가 부각이 된다.
또한 화면에 넓은 광경을 보여주면 그만큼 관객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해 주며
관객들은 감독의 의도보다는 관객의 의도로 화면을 보게된다.'와 같은
'화면 연출'에 대해서 배웠다.
듣고 나니 '잠수종과 나비'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 초반부에 느껴졌던 '답답함'이 연출이었음을 그 때 깨달았다.)
생각 없이 보았던 화면에 저렇게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예술가는 정말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한 번 느꼈다.
한편으로는 '예술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근.자.감'이 솟아나기도 했다.
두번째 강의에서는 '서사'에 대한 강의였다.
영화는 주인공의 '변화'가 담겨있다고 했다.
주인공의 '욕망'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가장 중요한 소스이다.
서사에는 '디오니소스적 서사'와 '아폴론적 서사'가 있다고 했다.
디오니소스 서사와 아폴론 서사는 각각 원초적 힘과 이성의 절제를 상징한다고 한다. 디오니소스는 흥분과 방탕함, 연극의 신으로, 아폴론은 태양, 빛, 음악의 신으로 이성의 절제와 조화를 상징한다. 두 서사는 그리스 비극과 예술에 영향을 미쳤으며, 인간의 이성과 감정, 절제와 방탕함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 둘을 정확히 나누기는 이제 어려워진 시대인 것 같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참고로 나는 극적인 서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와 같이 인위적이지 않은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내가 그러한 사람이기 때문일까.
여하튼, 디오니소스적 서사를 좋아하든, 아폴론적 서사를 좋아하든, 그 둘 다이든, 그 둘 다 싫어하든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같다.
산을오르는 것의 재미는
정상에 오르는 결과에 대한 재미도 있겠지만
산을 오르는 중에 피어있는 꽃과 나무 그리고 사람과의 대화의 재미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후자의 크기가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