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도 까도 매력적인 양파와도 같은.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1932.2.9 ~ )의 그림 중 하나입니다.
처음 이 그림을 보면 '이거 뭐야?' 라고 답하실 분이 많으리라고 봅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너무나 알고싶었습니다.
도대체 사람들은 추상화를 도대체 왜 그리고
왜 보는지.
(저는 추상화를 보는 법을 알면 그림을 보는 법을 어느정도 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글을 보시면 어느정도 그림을 보는 감이 생기시리라 믿어요^^)
그 이유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에서는 'oo작가가 그린 그림이 이러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이렇게 해석해야 한다'를 다루지 않고
추상화란 이렇게 보았으면 좋겠다는
짧은 저의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미술이란(시각예술)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주 간단하게 언급해보고 싶습니다.
시각예술이란, '시각에 의해 인식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표현 형식'이라고
위키백과에 나와있습니다.
다시 풀어서 말하자면, 시각예술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하는 것' 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느끼는 감정들(사랑, 아픔, 두려움 등등)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감정들을 어떤 이는 구체적 상황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뭉크 <절규>
어떤 이는 알 수 없는 색들로(또는 형태로)-게르하르트 리히터 그림처럼- 표현하기도 합니다.
또한 감정들뿐만 아니라
자신이 삶을 살면서 느꼈던 이 세상의 법칙들, 순리들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이것이 미술이지요.
따라서 시각예술 중의 하나인 추상화에도
이 설명이 적용되겠죠?
즉, 추상화도 다른 그림들처럼 자신의 감정, 생각의 표현입니다.
(그것을 종이위에 또는 오선지에 표현하는 것이지요.
우리와 다를 바가 없어요^^
화내는 것을 종이 위에 화내고 피아노 선율로 화를 대신 내는 거죠.)
만약에 여러분이 추상화를 그린다고 해볼까요?
칸딘스키처럼 황소를 아주 간단히 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
추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피카소의 작품입니다. 오른쪽 하단의 마지막 소를 보세요. 아주 간략하죠?
간략하다는 것은 그만큼 보는이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보의 양이 적을 수록 우리는 이해하기 힘들죠.
구체적 사물을 간단히 그리는 것만이 추상이 아닙니다.
위에서는 소를 예로 든 것이지만
보이지 않는 감정이나, 법칙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사고의 과정을 거쳐서 간단한 결론에 도달한 것이죠.
즉, 우리는 결과물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미술작품은 어떻게 보면 결과물입니다.
결과물만 보고서는 그 속사정을 알 수가 없죠.
이 포스트에서 제가 가장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겁니다.
겉모습(작품)만 보고서는 그 사람의 됨됨이(그림의 참뜻)를 알 수 없다.
우리는 추상화를 대하고 나서 '맘에 드는데?'
또는 '이건 대체 뭐야?'라고 합니다.
(이는 비단 추상화 뿐만 아니라 모든 미술작품을 대할 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이야기를 추상화에서 다루는 것은
그 정도가 추상화에서 가장 심하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저는 왠만하면 앞으로 쓰게될 글에서는
추상화를 따로 분리해서 설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추상화와/구상화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는 듯 해서 말입니다.필요시에만 구분해서 쓰겠습니다.)
작품을 보는 것도 사람을 보는 것과 같아서
처음에 볼 때는 좋았던 작품도 속을 들여다 보면
나와는 많이 다른 작품들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무시했던 그림도 그 안에 들어있는 뜻을 잘 들여다 보면
나와 많이 닮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추상화는, 미술작품은 까도 까도 끝이없는 양파와도 같다는 것입니다.
또한 정보량이 지극히 적은 추상화는 그 정보를 찾는 재미가 있고
(어떤 사람을 알아나가는 것이 재미있는 것처럼요.)
하나하나씩 찾아나간 정보는 그림과 함께 내 안에 축적되어
나의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작가의 사고의 과정을 알아나가는 것도 그 정보 중에 하나겠죠.
추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은 작가의 노트를 유심히 보아야 합니다.
모방인 것이죠. 아무것도 모르는데 해보라고 하면 너무 막막하잖아요~
그래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말하는 공부는 그림을 보고 작가와 작품명을 외우고 남들이 해석해 놓은 것을 달달 외우는것이 아니라는 것. 말 안해도 다 아시겠죠?)
그러다가 그게 쌓이고 쌓이면 작가의 생각과는 별도로
그 작품이 나의 그림으로 새로 태어날 날이 오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는 예술작품이 아니어도
일상 생활 자체가 예술작품으로 해석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1. 예술(또는 철학), 멀리 퍼지는 연기같은 것.
2. 의식과 무의식, 감성과 이성, 형식과 내용-이분법을 넘어 하나로.
(합의점을 찾는 다기 보다는 그대로를 인정하기)
등등
그림을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겠습니다.
제가 적는 글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일생생활 안에서의 여러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