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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움이 Jul 06. 2020

엄마가 되는 친구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


  며칠 전에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와는 대학 친구로 약 10년이 넘었다. 하지만 그냥 단톡 방에 함께 있는 친구였다. 30살이 넘어 친구와 다시 인연이 되어 개인 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손수 청첩장을 그리고 싶다며 몰래 내 수업을 신청했다.(신청이 완료됐다고 번호를 입력하니 계속 그 친구 이름이 떠서 30분도 안돼서 들켰다.) 짧지만 겨울에 한 달 동안 작업실에 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내 수업을 들어줬다. 저녁 늦게 하는 수업이라 친구는 매번 차로 집까지 바래다줬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것도 추억이네)


아쉽게도 친구는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직접 그리지 못했다. 내가 아쉬운 마음과 축하하는 의미로 그림을 그려줬고 친구의 결혼식 날, 신부 대기실 앞에 내가 그린 그림이 있었다.


그렇게 친구는 결혼하고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만나자 만나자 약속만 하다가 지난 주말에 1년 만에 친구를 만났다. 만나기 전에 임신 소식을 듣고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 많이 고민했다.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귀여운 아기 옷을 사고 싶었지만 그냥 작은 턱받이 2개와 동화책, 그리고 직접 그린 그림을 준비했다. 동화책은 약속 전날에 생각난 책이라 약속 당일 아침에 서점에 가서 샀다.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라는 동화책인데 미혼인 나도 눈물이 고인 책이었다. 그래서 엄마가 되는 친구에게 더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하며 동화책도 준비했다.


친구와 만나는 날은 전날에 비가 와서 구름도 예쁘게 뜬 여름날이다. 다소 덥지만 막 덥지 않은 딱 좋은 날씨였다. 친구 동네의 예쁜 카페에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사는 얘기도 나눴다.


나는 친구에게 빨리 선물을 주고 싶어서 카페에 도착 하자마자 선물을 내밀었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친구는 너무 좋아해 줬다. 꽤나 오랫동안 준비한 덕에 나까지 기분 좋은 선물이 되었다. 더구나 직접 그린 그림이 너무 귀엽고 고맙다고 계속 사진을 찍었다. (내 그림을 예뻐해 주는 사람 최고!) 그림을 아무 대가 없이 선물한다는 것은 내 기준으로 마음을 담아 주는 것이라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친구에게 두 번의 그림 선물을 했다. 맞다. 나는 이 친구에게 마음을 주고 싶은 사람이다. 서로 연락을 주고받지 않던 시절에 친구는 조용히 나에게 꾸준히 관심을 주었고 응원을 해줬던 친구란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전혀 몰랐다. 그 저 단톡 방에 단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게 끝이 었으니..)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생각하며 조용히 친구를 응원하며 그 친구와 가족을 위해 기도를 해야겠다.


엄마가 되는 기쁨과 어려움을 모르지만 멋졌던 친구가 친구 자체로 빛났으면 좋겠고 누군가의 엄마로서도 빛났으면 좋겠다.



건강한 모습으로 겨울에 보자! 고마워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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