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이면 2년 동안 지냈던 작업실이 끝난다. 결국 다른 작업실이 아닌 집을 선택했다. 몇 주간 부동산 앱도 엄청나게 보고 겁쟁이 주제에 부동산 투어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부동산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친구에게 '부동산 전화는 어떻게 해? 한 번만 보여줘!' '했을 정도로 알아보는 게 너무 어려웠다.(나의 첫 번째 작업실은 아빠와 투어를 했고 사무실 단지라 다 거기서 거기라 어려움이 없었다.) 역시 똥줄이 타니 직접 발품 팔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작업실에 있다가도 집에 있다가도 가격에 맞는 매물이 올라오면 '1시간 이내로 갈 수 있어요'라고 하고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다.
역시 발로 알아보니 너무 맘에 드는 곳을 찾았다. 꿈꾸던 1층에 깔끔한 곳, 그날따라 날씨도 무척 좋아 유리창 밖으로 보는 모습 하나하나가 좋았다. 지금 작업실보다 월세도 10만 원 정도 절약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곳저곳 사진 찍고 '1시간 이내로 연락드릴게요.'라고 하고 나왔다.
역 근처 벤치에 앉아서 온갖 고민을 했다. '2년 동안 내가 버텼는데 1년을 더 버틸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시작해서 '뭐 먹고살지'라는 고민까지……. 좋은 생각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다. 부동산에서는 다른 분이 보러 오셨다고 문자 왔고 엄마는 '내 눈에도 보기 좋은 게 다른 사람 눈에도 좋은 거야, 그런 매물은 금방금방 나가, 하고 싶으면 1년만 더 해봐'라고 했다. 결국 최악의 고민만 하다가 그 매물을 놓쳤다. 그 날밤 나는 결국 펑펑 울었다. 그 매물을 놓쳐서 운 게 아니라 이런 내 성격이 너무 미워서 펑펑 울었다.
그렇다.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이걸 하면 이렇게 좋은걸~~~~~~~~~'라는 좋은 상상보다는 최악을 상상한다. 그 최악의 상상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그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내 성장이 더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이런 성격을 고칠 수 있을까? 시작도 안 하고 포기부터 하다니...... 그날 밤 펑펑 울며 스스로 칭찬이 필요하다 생각을 하고 (창피하지만) '잘하고 있어! 잘 해왔잖아"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말로서는 변화가 어렵지만 그래도 나 자신의 위로도 가끔 필요했던 것 같다.
아 이 일기를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 매번 새벽에 글을 쓰고 올리는 그림일기라 나중에 '내가 왜 이런 글을 썼지'라고 엄청 후회할 것 같은 글의 분위기다.
*마무리
2년 동안의 작업실 마무리는 이번 주부터 시작한다. 갈 때 없을 때 작업실이 있어서 참 행복했는데 많이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