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시험 시원하게 말아 먹으라고 진심으로 바란 엄마는 나뿐인가? 중2 첫째 아이 중간고사가 어제 끝났다.
내 일 아니라며 거리 두기를 해서 그렇지 작정하고 따지기 시작하면 지적할 게 한 둘이 아닌 녀석. 어제, 그제 이틀 동안 중간고사를 봤다. 1학년은 자유학년제여서 제대로 된 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긴 했지만 저건 아닌데 싶은 것을 내가 얘기하면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이었다. 그중 대표가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는 습관. 운전하면서 통화하는 게 위험한 것처럼 사람은 동시에 두 가지를 못 한다고, 시험 볼 땐 음악 없어서 집중 못 하는 거냐며 관련 자료를 보여줘도 늘 결론은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내 방식대로 한다'였다. (이것은 못 하는 사람들의 전형 아닌가. 남의 말에 한 번쯤 자기 방식을 의심해볼 생각도 안 하고 자기 방식만 고집하는. 음악 말고도 이런 게 몇 가지 더 있지만 생략) 그런 행태를 보면서 얘는 첫 시험을 확실하게 망쳐야겠구나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중1 3월 첫 시험에서 나름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고 확 달라진 경험이 있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지는 않겠지만 첫째 성격에는 그런 충격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자기 방식을 의심해볼 계기가 절실했다. 그것도 더 늦기 전에, 그러기 딱 좋은 중2 때. 아이한테는 웃으면서 잘 보라고, 잘 할 거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딴 생각을 했다.
중간고사 첫 날인 그저께. 영어, 사회, 과학을 보고 왔는데.. 시험 직후 받은 답지로 답을 맞혀보더니 잘 봤단다. 이런.. (영어는 따로 공부 안 했는데 잘 한 거 보고 "엄마한테 고맙지 않니?" 하니 "아니, 내가 잘나서 그래." 해서 내 거친 손 세례를 받았다.) 자기는 공부를 잘한다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찜찜(?) 하기도 했다. 두 번째 날인 어제. 국어와 수학. 학교 끝나고 오면서 친구들이랑 놀아도 되냐며 아이가 전화를 했는데.. 국어는 어중간하게 괜찮게 보고, 대망의 수학은 50점대. 푸하하하! 내가 좋다고 깔깔거리니까 수학이 너무 어려워서 잘 하는 애도 70점 받았다고, 평균이 54점인데 자기는 그래도 평균보다 잘 봤단다. (그 와중에 평균보다 몇 점 높다고 자랑하는 거냐?) 솔직히 중학교 수학 평균이 50점 대가 나오게 난이도를 맞췄다는 게 이해가 안 되기는 한다. 계속 이러면 아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더 잘하고 싶어 하겠나. 아이랑 잠시 얘기를 해보니 문제의식은 어느 정도 느낀 것 같다. 이번기회를 놓치지 말고 나도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얘야, 학원 다니면 큰일 나는 줄 알면 혼자 하는 걸 제대로 해야 된다는 생각도 해야 되지 않겠니?) 어쨌거나 딱 적당한 수준으로 망친 중간고사에 감사한 주말이다.
P.S 지역 카페에 들어가 보니 아이 학교가 원래 수학을 유독 어렵게 낸다며 중2 아이들 중에 (남자아이들도 포함해서) 충격받고 운 아이들도 있었다는 거다. 첫째한테 물어봤다. 나: 수학 점수 때문에 운 애들 있다며? 아이: 어, 애들 울었어. 근데 솔직히 이해가 안 돼. 그 시험 망친다고 인생이 달라져? 옆에서 남편 왈 "딱 당신이네." 나도 아이한테 덧붙였다. 나: 시험 한 번 망치는 걸로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아. 근데 그게 똑같이 계속 쌓이면 어떻게든 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