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습관 버리기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 평생 처음으로 영업을 해야만 하는 환경을 만나게 되었다. 가진 게 넉넉지 않았던 이민자로서의 결정이었고 당시의 내 생 각에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게임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보험회사들이 직원들에 게 해주는 대우 중에 우리 가족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 있음이 주요한 원인이기도 했다.
미국 보험회사들의 보상제도가 꽤 괜찮았고 그중에 여러 가지 수당이나 혜택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식구들을 위한 의료보험이나 연금제도는 늦깎이로 시작한 나와 우리 식구들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특히 미국의 의료비용은 자칫하면 천문학적인 숫자로 돌아오기 때문에 늘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거기다 늦은 나이에 이민을 온 처지라 은퇴에 대한 대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영업 세계에 들어가 보니, 그 일은 과거 한국에서 출퇴근하면서 정해진 시간에 배당된 일만 하면 되었던 업무와는 사뭇 달랐다. 그 한 가지 예로 이 일은 일정표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 있었다. 몇 시에 시작해 몇 시에 마치던 모두 내가 결정하는 대로였다. 회사에서 정해놓은 소정의 훈련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어느 누구도 간섭해 내 시간을 빼앗는 일이 일절 없었다. 또 조직의 운영을 위해 내게 특별히 요구하는 것도 전혀 없었다. 좋게 말해 그야말로 나만의 비즈니스 환경을 전적으로 보장해주었다.
그러나 어떻게 비즈니스를 운영하든 상관은 없어도 정작 중요한 점은 어떻게든 소정의 실적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한 주간이라는 시간 동안 나의 실적이 없다면 내가 받을 것도 없음을 동시에 의미했다. 정해진 급료가 없는 관계로 성과가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추가로 지급하는 수당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지만 그것도 실적이 있어야만 그에 따른 일정 비율로 지급되는 것이다. 그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대우와 보상이 좋은 일임에도 영업사원들의 생존율은 현저히 낮았다. 이 사항은 나중에 매니저로 승진하여 팀 관리를 하게 되면서 현장 영업사원들의 근성이나 습관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었다.
제일 먼저 관찰되는 점은 오래 버티지 못하는 사원들의 경우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긍지가 아주 약했다. 어떤 선입관을 갖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방어를 전혀 못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자신이 취급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확신이나 필요한 지식도 현저히 부족했다. 그리고 정작 제일 중요한 업무인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이나 마케팅 노력이 현저히 부족했다. 브랜딩을 위한 시도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이미 마음속에 포기를 담아놓고 떠날 시기만 기다리는 사람들 같았다. 그들에게는 차라리 시간당 얼마든 간에 그냥 정해진 임금으로 일하는 직종에 적합한 사람들이었다. 도전이나 그에 대한 성취감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필요한 수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남아 일해 볼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점 한 가지는 이렇게 쉬이 포기하는 사람들의 경우 비교적 머리가 좋다는 사실이다. 그런 가능성 때문에 취업 면담 시 보다 쉽게 기회를 얻게 되지만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끈기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서 업무에 필요한 면허증 따는 속도가 빠를수록 생존율이 낮을 수 있다는 나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게 되었다.
매니저로서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어렵게 구했음에도 이들이 면허증 시험에 패스하는 게 빠를수록,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또 한편으로 걱정이 되는 건 다 그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면담이나 훈련을 하면서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중에 또 한 가지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포기가 빠른 사람들의 경우 삶에 대한 큰 그림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목표 설정이라는 말만 나와도 아주 생경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처음 들어 보는 말을 듣는 듯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목표를 운운하는 것은 마치 실적을 밀어붙 이는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거 같았다.
이들에게 꿈이 삶을 이끌어 줄 거라는 말은 아무런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 따라서 자기가 지금 처한 상황을 스스로 살펴보고 또 필요한 목표까지 가는 데 필요한 단계들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이야기 나누는 건 별 의미가 없었다. 그들은 늘 포기나 달아날 이유를 먼저 찾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곤 하였다.
스스로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좋은 기회를 볼 수가 있는데도 그냥 마음을 닫아 자신을 패배자로 낙인찍어놓는 경우를 쉽게 보게 된다. 그냥 고개만 들어도 하늘이 보이는데 굳이 아래로 눈을 박고 사는 것과 같다. 그래서 포기하는 마음은 포기해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아낸다.
우리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을 때 우리 안의 잠재의식은 포기해야 하는 이유와 환경을 성실하게 찾아내고 만든다. 이 잠재의식은 좋고 나쁨을 구분할 능력이 없게 때문에 현재 의식이 어떤 명령을 내리면 그 지시받은 일을 그냥 성실하게 수행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가 매일 나의 의식을 어디에 둘 것인지 세심히 살피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처한 주변의 환경을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혹시 자신의 주위에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지 않은지 주의 깊게 살펴보라. 손쉽게 터지는 불평들이 많지 않은지, 항상 찡그린 얼굴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지, 자기가 속한 그룹의 분위기가 패배자의 느낌이 지배적이지는 않은지…. 만약 이런 경우라면 어떻게든 그런 환경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혹시 아는가? 이런 환경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모두 다 바로 내가 불러온 것들이라는 사실을. 내가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나타난 일이란 없는 법이다. 내가 받아들이고 인정한 것만 내 목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벌어진 일이 나의 관심거리가 아니라면 아무리 어려운 형편도 우리는 의식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기의 생각만 바꾼다면 얼마든지 자신이 정말 원하는 환경으로의 전환도 가능해진다. 그 방법은 부정적인 사람들, 또는 환경에서 나를 떼어내고 그 대신에 긍정적인 관계로 들어서면 되는 것이다.
내가 지난 20년간 경험한 미국의 보험업은 얼마든지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는 직종이다. 내가 그런 확신을 하는 것은 큰 성공을 이룬 예를 내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매일 아침 자기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사람들이다. 오늘도 좋은 일들이 있을 것임을 믿고 그걸 기꺼이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날마다 일어나는 기적을 기대한다. 그런 기대감으로 일에 임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선한 기대감은 좋은 일을 만들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일들이 또 다른 좋은 일들을 계속 이끌어오는 것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LED 전문가이자 공학박사, 나카무라 슈지는 저서 『끝까지 해내는 힘』의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니 실제로 아주 단순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어려운 이론이나 높은 학력은 전혀 필요 없다. 아니, 오히려 방해될 뿐이다. 자신을 믿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만 있다면 꿈은 현실이 된다.” - 나카무라 슈지 (공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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