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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Jan 05. 2021

새해인사는 맞춤 제작

만나지 못해도 카톡으로 전하는 비스포크 덕담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 때문에 (지긋지긋하다..) 눈을 마주치고 새해 인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줄었지만, 그래도 카톡이나 sns를 통해서나마 아끼는 사람들에게 안부인사를 전하고 있다.


내 스마트폰 카카오톡에는 꽤 많은 단톡 방이 있다. 새해맞이 인사가 오고 가는 풍경을 보니 새해 복을 빌어주는 인사도 사람들의 관심사만큼이나 제각각이다.


십 대 시절을 함께 보내며 비슷한 기쁨과 슬픔을 나누었던 친구들은 이제 나와 전혀 다른 일상을 사는 애엄마들이 되었다. 이유식과의 전쟁을 벌인다는 얘기가 오고 가는 단톡 방에서는 우리 조카들이 새해에는 밥 잘 먹고 아픈데 없기를 바랐다. 그리고 임신한 친구에게는 엄마의 뽀얀피부와 아빠의 날렵한 턱선을 닮은 아기를 순산하기를 빌어주었다.


독서모임으로 만난 지인들은 벌써 만나지 못한 지 한 달이 되었다. 줌으로 몇 번 온라인 모임을 진행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지만 영 텐션이 떨어져서 전보다 책도 덜 읽게 된다. 독서모임 단톡 방에서의 새해 인사는 단연 책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새해엔 즐거운 책 많이 만나시고 꼭 목표 독서량 채우세요!"


작년 말에 갓 시작한 운동모임 단톡 방에서는 서로 얼굴도 모르고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 그런지 어색해하다가 연말연시에 기분이 들떠서 그런지 온갖 깜찍한 이모티콘을 자랑해가며 새해 인사를 했다. 모두 건강과 체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참여인원으로 보면 브런치 글쓰기 모임 단톡 방이 내가 참여하는 톡방 중에 가장 대인원이다. 모두 좋은 글을 쓰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새해 인사는 역시 글쓰기 응원으로 마무리된다. 모두들 좋은 글쓰기를..!! 진짜 기분 좋은 덕담은 아마도  '올해는 작가님 글의 진가를 아는 출판사에서 출간 요청이 들어오기를 바랍니다!'가 아닐까?


작년부터 부쩍 와인공부에 관심이 생겨 올해 함께 와인 클래스를 신청한 친구에게도 연락이 왔다. 링크를 보내며 새해에는 이 영롱한 와인잔에 와인을 마시면 어떻겠냐는 제안과 함께. 와인잔이 비싸 길게 공동구매는 거절했지만 나도 그의 빛나는 새해를 빌어주었다. "친구야 새해에는 고급 와인 헐값에 먹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친구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모티콘으로.


언니에게는 준비하는 시험 합격을 빌어주었다. 아빠에게는 택시에 진상 손님 없이 조용한 장거리 손님만 많기를 빌었다. 엄마에게는 절에 꾸준히 잘 다닐 수 있기를, 엄마의 BTS, 송담 스님의 법문을 잘 깨우치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주었다.


새해인사도 비스포크다. 모두가 바라는 '복'이나 '건강'에 대한 소망 뒤에, 그 사람만이 바랄만한 맞춤 제작된 덕담을 추가해보자. 그렇게함으로써 좋은 마음이 더 크게 전달될수있고, 어쩌면 그 말의 힘이 정말로 그것을 실현시킬 정도로 강력하게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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