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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Feb 08. 2021

내 감정쓰레기는 언제 진주가 될까

감정의 글쓰기, 글쓰기의 감정

감정에서 멀어진 뒤에 글을 써야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글이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뒤로 물러나서 글을 쓸 때마다 그때 내가 정확히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지, 지금 정의 내린 이 감정이 그때 그 감정이 맞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시간은 무척이나 자주 진실을 호도하니까.


그렇다면 감정이 과하게 흘러넘치는 글도 나에게는 나중을 위한 소중한 자료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부끄러운 배설물로 남는 것일까.


나는 주로 에피소드 위주의 글을 써왔다. 앞뒤 없이 생각과 감정에 대한 글만 쓰는 것은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거니와, 남들이 그렇게 쓰는 글을 읽을 때에도 잘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을 알지 못하거나, 혹은 아직 꺼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진주를 기다리는 조개처럼 마음을 앙 다물어 버린다.


물론 이런 생각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건에 대한 묘사 없이 감정만을 매만지는 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처럼.


힘든 감정으로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배부른 소리같지만, 때로는 흘러넘쳐도 좋으니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종종 나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기꺼이 그것을 맞이하고 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굴려보는 것이다.


가능성의 문제지만, 그것들 몇몇은 언젠가 정말 진주가 될 것이라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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