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와 기아EV6, 전기차 두 대의 계약서를 썼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으니

by 미쓰한

2주 전, 자동차 계약서를 하루에 두 개나 썼다.


아이오닉5와 기아EV6.


아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두 차 모두 사전계약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전기차 수집가라서 하루아침에 차를 두대나 사려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그야말로 사전 계약일 뿐이니까.


사전계약을 하기 이전의 나처럼 잘 모르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사전계약이라는 것은 신차의 최종 양산을 앞두고 구체적인 판매량을 측정해보기 위해 (혹은 기대감을 극대화시켜서 마케팅 효과를 보기 위해) 사전에 구매자들을 모집하는 것이다. 일정기간 안에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을 돌려받는 조건이 있어서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 허수도 있으니 사전 계약했다고 모두 그 차를 사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10만 원만 있으면 누구든 당장 이 두 차종 중 하나를 사전 계약할 수 있다. 사전계약금은 손해가 없으니 나처럼 먼저 나오는 차를 사려고 이중으로 계약한 사람이 무척 많다고 한다.


계약서를 두 개나 쓰고 나서 이런 말을 하기는 좀 멋쩍지만 나는 물욕이 없는 편이다. 남들이 사고 싶어서 몰려드는 물건이 있다면 함께 줄을 서기보다는 쉽게 포기는 쪽에 선다. 그러나 전기차의 효율성이 대세를 따르는 피곤함을 이겼던 것이다.


'좀 피곤하지만 나도 사전계약을 해볼까?' 하는 생각에 2주 전 현대차와 기아차 대리점 두 곳을 방문했다. 요즘 새롭게 출시되는 차들은 사전계약을 해도 생산시점부터 몇 개월, 길게는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길래 나름 부지런을 떤 것이다.


그리고 매년 줄어드는 정부 보조금 때문에 전기차는 사전계약의 열기가 좀 더 심하다. 2월 25일, 아이오닉5의 사전계약이 시작한 날, 올해 예정된 보조금이 모두 바닥났다는 소문도 있었다. '소문은 소문이고 혹시 모르니까'하는 마음에 나 같은 사람들이 4월까지 사전 계약서를 넣고 있다. (아니면 나만?)


현재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국고 보조금은 800만 원, 거기에 내가 사는 경기도 지자체 보조금 4-600만 원을 더하면 도합 1300만 원 정도가 된다.(차값의 4분의 1이다!) 그것을 포기하면서 전기차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차례에 만약 국고 보조금이 남아있더라도 지자체 보조금이 바닥났을 가능성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환경부에서 올해 전기차 지원 차량을 7만 5천대라고 예상했으나 사실 4만 5천대라고 밝혀졌고, 아이오닉5는 4만 대, 기아EV6는 2만 5천대 사전 계약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아이오닉5는 모터 수급 부족으로 올해 생산량도 줄었다.

아이오닉5 (좌), 기아EV6 (우)

여기까지의 현황이 내가 뉴스 기사에서 대충 본 것들이다. 너무나 복잡해서 줄을 잘 못 선 것 같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그냥 간단히 말해서 내 차를 올해 받아 볼 수 있을지, 아니 내 차에 들어갈 배터리라도 올해 생산될 수 있을지 그야말로 미지수다.


사전 계약서를 쓸 때 현대차 딜러는 올해 차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고 아주 느긋한 마음을 가질 것을 재차 강조하며 약식의 계약서를 작성해주었다.


3월 31일에 기아EV6 사전계약을 시작한 기아 딜러의 반응은 그나마 약간 희망적이었다. (4월 초에 방문했으니 늦지 않았다는 반응!)


그러나 언론 여기저기서 사전계약을 해도 보조금 때문에 올해 차를 받기는 어렵다는 얘기를 떠들며 나의 기대를 애초에 꺾어버리고 있다.


그 때문에 계약서를 두 개나 쓰고도 나는 올해 차를 바꾼다는 기대는 완전히 접었다. 기꺼이 지루한 기다림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까지 끝낸 것이다. 아직 8년 된 내 경차가 아직 잘 굴러다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는 전기차 시대. 하지만 그 시대는 나에게 기약 없는 계약서를 통해서만 도래하였다. 실물로는 조금도 도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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